일본 지진 NHK 속보 화면. "쓰나미, 대피하시오"라고 써 있다.

“TV 보고 있지 말고 바로 피난하세요!” “멈추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높은 곳으로 빨리 대피하세요!” “지금 당장 대피! 당장 대피! 동일본 대지진을 기억하세요!”

지난 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 강진 때 국영방송 NHK의 쓰나미(지진해일) 대피 명령 방송이 화제였다. 떨리는 목소리로 피난을 강력하게 호소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야마우치 이즈미 NHK 아나운서였다. 야마우치 아나운서는 재난 방송 지침을 따랐고 최대한 흥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떨리는 목소리가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이에 대해 ‘듣기 불편하다’는 여론보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피해를 줄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일본 소셜 미디어엔 “알고 보니 야마우치 아나운서가 신입 때 이시카와현 NHK 방송국에서 일했다”는 이야기가 돌며 화제가 되고 있다. 2017년 NHK에 입사한 야마우치 아나운서는 실제로 첫 근무지가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지역 인근인 가나자와 방송국이었다. 기상 정보 프로그램 리포터로 일하다가 2021년에 도쿄 본사 아나운서실로 이동했다.

NHK 홈페이지엔 야마우치 아나운서가 가나자와 근무지로 배속될 당시 쓴 애정 어린 글이 올라와 있다. “근무지가 정해진 뒤, 처음 가나자와로 향하는 신칸센 안. 차창 밖 경치를 바라보고 있어요. 날씨는 맑았지만 도중에 긴 터널을 빠져나가면 그곳엔 구름과 안개로 새하얀 세계. 무심코 명저의 한 문장이 머리에 떠오르는 동시에 아름다운 경치가 있는 곳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라는 내용이다. ‘긴 터널…'은 일본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 중 첫 문장을 변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