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지난 2일 발생한 일본항공(JAL)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항공기 간 충돌 사고 원인을 규명할 중요한 단서로 꼽힌 관제사와 항공기 조종사 간 교신 기록이 공개됐다. 이번 사고는 홋카이도 신치토세를 떠나 하네다공항에 착륙하던 JAL기와 1일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일대를 강타한 지진 현장에 물자 보급을 위해 이륙을 준비하던 해상보안청기가 같은 활주로에 진입하면서 벌어졌다.
3일 일본 국토교통성이 NHK·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공개한 교신 기록에 따르면, 사고 4분 전이었던 2일 오후 5시 43분쯤 하네다공항 관제사는 JAL 여객기에 “C활주로 진입을 계속하라”며 착륙을 지시했다. 약 2분 뒤에는 “착륙 차질 없음”이라 여객기 측에 전했고, 같은 시각 해상보안청 항공기엔 “활주로 정지 위치까지 지상 주행하라”고 요청했다.
관제사 지시에 따라 JAL기는 C활주로를 따라 착륙을 시도했다. 해상보안청 항공기는 “활주로 정지 위치로 향하고 있다”고 관제사에 복창했다. 그러나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정지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활주로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두 항공기가 충돌했다.
국토교통성은 “교신 기록을 통해 해상보안청 항공기에 활주로 진입 허가가 나지 않았단 걸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앞서 사고가 난 해상보안청 항공기 기장 미야모토 겐키(39)는 “관제사에게 이륙 허가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이와는 달리 해당 기장이 관제사 지시를 오인하고 활주로에 진입, 사고의 단초를 제공했을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미야모토는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 6명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다.
니혼게이자이는 “해상보안청 기장은 관제사로부터 ‘이륙 허가를 받았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관제사 지시를 잘못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사고 조사에 돌입한 국토교통성 운수안전위원회와 경시청은 향후 이들의 인식 차이에 대한 경위를 자세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아사히가 전했다.
국토교통성은 이날 조사관 6명을 투입, 본격적인 현장 조사에 나섰다. 조사관들은 해상보안청 항공기에서 블랙박스와 조종사 음성이 담긴 녹음기를 확보했다. 날개 부분을 제외한 기체 대부분이 재로 변한 JAL 여객기는 회수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시청도 수사관 30여 명을 투입해 이번 사고 관련자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여객기 제조 업체인 에어버스 측도 일본에 자체 사고 조사 전문가들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번 사고로 전소한 여객기는 에어버스의 A350 기종으로, 2021년 11월 JAL에 인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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