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지난 2일 해상보안청 항공기와 충돌한 일본항공(JAL) 여객기 기체 절반 이상은 내화성(耐火性·불에 잘 견디는 성질)이 우수한 탄소섬유 복합 소재로 이뤄져 있었다. 탑승자 전원(379명)이 ‘90초 룰(사고 시 90초 이내 탈출 기준)’에 따라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소재가 불이 기내로 번지는 속도를 늦춰 시간을 벌어준 덕분이었다는 분석이다. 탄소섬유 복합재로 이뤄진 항공기가 전소(全燒)할 정도의 대형 사고가 난 것은 이번이 최초여서 소재 안전성이 처음 실제로 검증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가 발생한 JAL 여객기 기종은 에어버스 A350-900으로 날개를 포함한 기체 53%가 탄소섬유 복합재로 이뤄져 있다. 우주선 등 항공 우주 산업에 주로 쓰이는 첨단 소재로 최근 에어버스·보잉 등 항공사 제조사들이 기체 무게를 줄이고 연료 효율을 높이려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항공 전문가들은 탄소섬유 복합재의 연소점이 기존 항공기 제조에 많이 쓰인 알루미늄보다 낮지만, 이와 별개로 화재가 번지는 속도를 낮추는 특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기체 외부에서 발생한 불·열기의 기내 진입을 억제해 승객들의 ‘골든 타임’을 벌어줬다는 것이다. 항공 엔지니어 전문가 비오른 페름은 FT에 “(여객기에 쓰인) 탄소섬유가 열 차단 기능을 제공했다”고 했다. 항공 우주 설계 전문가 소냐 브라운은 탄소섬유 복합재 항공기가 연료 효율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기체에 남은 연료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잠재적 폭발을 막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항공 저널리스트 안드레아스 스페스는 영국 텔레그래프에 “이번 사고로 탄소섬유 복합재가 화재 확산을 지연시킨다는 게 실제 확인됐다”고 했다. A350기는 세계 항공기 중 탄소섬유 복합재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고, 현재 570여 기가 운항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덧붙였다. 한편 JAL은 이번 사고로 150억엔(약 14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사고로 전소한 여객기는 2021년 11월 JAL에 인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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