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거품 경제 때인 1993년 수준을 회복하면서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평균)의 과거 최고점인 1989년 12월(3만8915엔)을 회복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30년 전과 지금의 ‘경제 체력’을 비교하면서 조심스럽게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우량주 중심 ‘프라임시장’ 기준)의 상장사 시가총액은 857조엔(약 7809조원)으로 1993년 3월(469조엔, 당시 ‘도쿄증시 1부’)보다 80%가 늘었다. 30년간 추가로 상장한 기업의 시가총액이 더해진 것을 반영한 결과다.

그래픽=양인성

주식 가치를 보다 객관적으로 비교 가능한 지표들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일본 주식은 30년 전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다. 현재 주가를 미래(향후 4분기) 예상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현재 15.4배로, 30년 전 47.5배에 한참 못 미친다. 기업의 순자산을 주가로 나눈 PBR(주가순자산비율) 역시 일본 상장사 평균이 1.3배에 불과해 30년 전(4.3배)보다 훨씬 낮다. PER·PBR은 숫자가 낮을수록 저평가됐고, 상대적으로 오를 여력이 더 있음을 뜻한다.

일본 기업이 돈을 버는 능력 또한 눈에 띄게 개선됐다. 일본의 2023년(회계연도 기준, 2023년 4월~2024년 3월) 상장사의 순이익은 전년보다 13%가 늘어나, 3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 기업의 주가가 최근 1년간 30%정도 올랐음에도 과거 지표와 비교하면 여전히 저평가됐다고 보는 이유다.

그래픽=양인성

하지만 일본 주가가 과거 정점을 무조건 회복한다고 속단하긴 이르다. 기업의 사업 경쟁력을 보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 높을수록 경쟁력 있음)은 30년 전의 9%보다 다소 낮아진 8%에 머물러 있다.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또한 595조엔으로, 30년 전(443조엔)과 비교해 크게 성장하진 못했다.

일본 증시의 최고점 돌파가 외국인 투자자의 손에 달렸다는 평가가 많다. 외국인은 지난해 일본 증시에서 3조엔어치를 순매수해 상승을 이끌었다. 30년 전에는 일본 주식의 4%밖에 보유하지 않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금은 30%를 가진 ‘큰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