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로 위기에 처한 기시다 후미오 정권이 정면 돌파 카드로 ‘파벌 정치 해소’를 내놨지만 난관에 부딪혔다. 기시다 총리는 자신의 파벌인 기시다파의 해산을 발표했지만 정작 당내 우군인 아소파와 모테기파가 ‘해산 불가’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결국 ‘파벌’은 없애되, ‘정책 집단’으로 이름을 바꾸는 우회 방식을 택할 전망이다.
자민당은 22일 기시다 총리가 주재하는 당 쇄신본부 회의를 비공개로 열고 비자금 스캔들로 잃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파벌 정치가 비자금 스캔들의 원인이었던 만큼, 파벌의 정치 모금 행사 개최를 금지하고 당내 파벌 수장이 총리에게 각료 인사를 추천하던 관행도 없애는 방안이 논의됐다. 정당 속의 소(小)정당과 같은 정치 집단인 일본의 파벌은 총리(당대표)의 정책을 견제하는 한편, 총리의 내각 각료 인사 때는 파벌 몫의 자리를 요구하는 게 관행이었다. 파벌이 갖는 힘의 원천인 ‘돈’과 ‘권한’을 막겠다는 것이다. 당 쇄신본부는 중간 보고서에서 “이른바 ‘파벌’에서 진정한 ‘정책 집단’으로 전환시킨다”며 “새로운 정책 집단은 돈과 인사와는 완전히 결별한다”고 밝혔다. 정책 집단이 이를 어길 시 자민당이 활동 중지나 해산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당내 파벌을 완전 해산하도록 강제하지는 못하고 ‘존속하되 정책만 연구하는 모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파벌 정치 종식’이라는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승부수는 모호한 상태가 될 전망이다. 완전 종식을 못 한 이유는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우군인 아소파·모테기파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기시다 총리는 해산을 주저하는 아베파의 파벌 총회 전날인 지난 19일, 자신이 이끄는 기시다파의 해산을 발표해 아베파와 니카이파의 해산 발표까지 이끌어냈다. 하지만 자신을 총리로 만들어준 아소파와 모테기파는 “우리는 비자금 스캔들과 무관하다”며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때 ‘기시다파·아소파·모테기파’ 3자 연합으로 선출됐다.
앞서 아베파 등은 정치 모금 행사에서 모은 현금을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일부를 소속 의원에게 돌려주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자중지란에 빠진 자민당과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최악의 상황이다. 요미우리신문이 19~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의 지지율은 25%로, 전달보다 3%포인트 추락했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자민당보다도 낮은 24%를 기록했다. 일본 지지통신의 1월 여론조사에서 자민당과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각각 14.6%와 18.6%였다. 아사히신문은 “파벌 해소는 1980년대 말 리크루트 사건과 같은 대형 비리 스캔들이 발생했을 때도 자민당이 내걸었던 구호”라며 “파벌 없앤다는 약속만 한 뒤, 결국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