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일본 거대 연예기획사 ‘자니즈 사무소’의 후신(後身) ‘스마일업’ 소속 가수 나카마루 유이치(41)가 지난 16일 열 살 연하의 닛폰테레비 아나운서 출신 사사자키 리나(32)와의 결혼을 발표했습니다. 둘은 교제한다는 사실조차 알려졌던바 없는데요. 게다가 같은 소속사의 도코토 즈요시(45)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돼 나온 발표라 적잖은 자니즈 팬들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간 일본 연예계에선 흔히 ‘결혼 적령기’를 지나쳤다고 말하는 40대에 이르러서도 자니즈 소속 가수라면, 소속사 압박에 의해 쉽사리 결혼을 결심하지 못한단 이야기가 정설(定說)처럼 퍼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60년 이상 일본 연예계를 주름잡았던 자니즈 사무소가 지난해 9월 창업주의 연습생 성 착취 논란으로 사장이 사임하고 사명(社名)을 바꾸는 등 홍역을 앓자, 소속 연예인들이 우후죽순 미뤄왔던 결혼을 결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6일 스마일업 3인조 남자 그룹 캇툰(KAT-TUN) 소속 나카마루는 팬클럽과 현지 연예매체들에 보낸 편지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 이상으로 하나하나의 일들을 진지하게 마주하며 정진하려고 한다”며, 사사자키와의 결혼 소식을 밝혔습니다. 나카마루는 15세였던 1998년 자니즈 사무소에 입소했습니다. 이후 그룹 캇툰으로 2006년 데뷔해 가수·배우·뮤지컬·사회자 등 다방면에서 활약해 왔죠. 그의 팬들은 깜짝 결혼 소식에 놀라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결심하고 싶었을 텐데 이제라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돼 보기 좋다”는 등 대부분 응원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나카마루·사사자키 커플이 닛폰테레비 주말 예능 ‘슈이치(シューイチ)’에 함께 출연했던 것을 계기로 교제를 맺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나카마루는 2011년 4월부터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고, 사사자키는 2015년 9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연예 캐스터로 나왔습니다.
지난 11일에는 스마일업 2인조 남자 가수 킨키키즈(1997년 데뷔) 도모토 즈요시(45)가 아이돌 여가수 모모타 가나코(30)와의 결혼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 커플도 결혼은커녕 교제 중이라는 정보도 없었어서 수많은 팬들을 놀라움에 빠뜨렸죠.
그뿐만 아니라, 나카마루와 같은 캇툰 소속 가메나시 가즈야(38)는 새해 첫날이었던 지난 1일 전 일본 TBS 아나운서이자 동갑내기 다나카 미나미(38)와의 교제 사실을 팬들에게 전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두 사람이 3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인 점을 언급하면서,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로 보인다”고 추측 중입니다.
1962년 창립 이후 일본 연예계를 장악해 왔던 자니즈 사무소는 소속 가수들에게 결혼이 ‘팬들에 대한 실례’이자, 특히 전성기를 구가하는 20~30대엔 금기시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입해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최고 인기 연예인’인 기무라 다쿠야(52)도 2000년 여가수 구도 시즈카(54)와 결혼하기 전 매니저로부터 “결혼만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압박을 받았다는 일화가 유명하죠.
자니즈가 실제로 연예인들의 결혼을 만류한단 사실은 제대로 밝혀진 바 없지만, 그간 결혼을 발표한 소속 가수가 많아봤자 1년에 1명씩에 그쳤다는 점이 이러한 의혹을 방증해 왔습니다. 2015~2023년까지 결혼한 자니즈 연예인은 연(年) 1명꼴이었으나, 1994~2015년엔 통틀어 10명에도 미치지 못했죠. 300명에 육박하는 자니즈 연예인 대다수가 30대 중반 이상이란 점에서 이러한 의혹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자니즈 창업주인 자니 기타가와(1931~2019)가 생전 연습생들을 상대로 대규모 성 착취를 일삼았단 폭로가 잇달아 터지며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당시 사태로 기타가와 조카인 자니즈 사무소 사장이 사임했고, 이듬달엔 60년 이상 유지했던 회사명이 현재의 ‘스마일업’으로 변경됐습니다.
이에 일본 언론들은 자니즈 소속 연예인들이 소속사의 위기를 미뤄온 결혼을 결심할 적기로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소속사 논란으로 우려하는 팬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발표를 늦추지 않았을 거란 예측도 나오죠.
자니즈 사태 직후였던 지난해 9월에는 일본 국민 아이돌이자, 마찬가지로 자니즈 소속이었던 아라시 멤버 마츠모토 준(41)이 20년 가까이 교제 중인 여배우 이노우에 마오(37)와 2024년 결혼한다는 보도가 현지 매체들에서 나왔습니다. 아직 마츠모토가 정식 발표를 하진 않았지만, 그와 함께 새해 첫날 교제 사실을 밝혔던 가메나시까지 올해 결혼에 골인한다면 지난해 9월 이후 최소 네 커플이 결혼하는 것이 됩니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스마일업 관계자를 인용, “자니즈 사무소는 사명과 함께 체제도 대폭 바뀌었다”며 “과거와 달리 소속 연예인의 연애·결혼에 대한 태도도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월 24일 스물 두 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은 4개월여 지난 ‘자니즈 사태’의 여파로 소속 연예인들이 속속 결혼을 발표하는 희귀한 현상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요새 사석에서 일본인들을 만나면 위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옵니다.
다음 주에도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20~21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자판기 사정없이 털렸다… 日지진현장에 무슨일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1/08/TBBXQDSM7RETDABMR2AIJOPAN4/
1등보다 빛났다… 재해 극복하고 마라톤 완주한 日이시카와팀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1/15/7QWFQYVL2BDFPCWTMGT3YQ5N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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