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전철역 선로에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신오쿠보(新大久保)의 의인(義人)’ 이수현(1974~2001)씨의 23주기 추모식이 지난 26일 도쿄에서 열렸다.
도쿄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고려대 경상대학 무역학과 재학생 이수현씨는 2001년 1월 26일 저녁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려 JR(일본 철도) 야마노테선 신오쿠보역을 찾았다가 선로에 떨어진 한 취객 남성을 보고 일본인 카메라맨 세키네 시로(関根史郎)씨와 함께 몸을 던졌으나 열차와 충돌해 사망했다. 이후 매해 1월 26일마다 신오쿠보역 승강장에서 그와 세키네씨에 대한 추모식이 열린다.
올해 추모식에는 이씨 어머니 신윤찬씨와 윤덕민 주(駐)일 한국 대사 등이 참석했다고 일본 공영방송 NHK는 전했다. 신씨는 ‘한국과 일본의 가교가 되고 싶다’던 이씨의 꿈을 이어받아 설립된 장학 프로그램으로 일본어를 학습 중인 한국 고등학생들이 이날 신오쿠보역을 찾은 것을 언급하며 “수현이가 남긴 꿈나무 씨앗들이 잘 자라고 있단 생각에 가슴이 벅차다”며 “(한·일 관계) 미래는 앞으로 더 밝아지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그가 짚은 장학 프로그램은 일본 LSH아시아장학회로, 이씨 사고 이후 매년 일본 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약 50명씩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신씨는 이어 “한·일 미래는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책임”이라며 “앞으로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사는 “20년 지난 지금까지 고인이 보여준 의로운 정신과 용기 있는 행동은 한·일 양국 국민의 가슴을 울리고 앞으로도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이끌어주고 있다”며 “어려웠던 시기를 거쳐 작년부터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인적 교류가 활발해졌다. 양국 사랑과 우정을 잇는 가교를 꿈꿨던 고인의 삶을 기억하며 양국 국민이 서로 손잡고 마음을 주고받으면 관계는 더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으로 진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씨 일생을 한·일이 합작해 영화로 만든 ‘너를 잊지 않을 거야(일본 2007년·한국 2008년 개봉)’에서 이씨를 연기한 한국 배우 이태성씨도 이날 자리했다. 이태성씨는 “양국 가교가 되겠단 그의 마음을 이어받아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영화 제목처럼 당신을 계속 잊지 않겠다”고 추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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