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경제 대국이던 일본이 지난해 독일에 밀려 4위로 추락했다. 일본이 경제 규모에서 독일에 뒤진 건 1968년 서독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선 지 55년 만이다. 일본은 2010년 중국에 세계 2위 자리도 내줬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낮은 노동생산성, 산업 경쟁에서의 부진 등이 일본의 부(富)를 점차 위축시켰고 근래엔 엔화 약세의 영향까지 더해졌다.
15일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일본의 명목 GDP(국내총생산)가 591조4820억엔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4조2106억달러다. 이는 독일의 지난해 달러 환산 명목 GDP 4조4561억달러(4조1211억유로)에 비해 2455억달러 적다.
일본 인구는 독일의 1.5배 수준이다. 일본은 약 1억2500만명, 독일은 약 8300만명이다. 하지만 일본은 1990년대 초 버블 경제 붕괴 후 경기 침체가 계속됐다. 일본 언론들은 “2026년에는 일본 경제 규모가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인도에도 밀려 5위로 전락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매체들은 4위 추락과 관련, ‘일본 경제의 몰락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일본은 엔화 가치 하락(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 상승)으로 인해 달러화로 환산한 GDP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졌다. 독일과의 GDP 비교가 달러 환산 기준이어서 역전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신도 요시타카 일본 경제재생상(장관)은 “환율의 동향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GDP 역전의 세부 내용을 따져보면, 일본이 독일보다 못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는 명목 GDP의 특성 때문에, 물가가 독일에 비해 덜 오른 일본이 불리한 측면도 있었다. 실제로 독일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의 여파로 지난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물가가 크게 오른 영향으로 실질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0.3%를 기록했다. 실질 GDP는 명목 GDP에 물가 상승분을 빼서 산정한다. 물가가 덜 오른 일본의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은 1.9%로 독일보다 높았다.
하지만 일본 경제계에서는 ‘잃어버린 30년’을 끝낼 반전의 카드를 빨리 찾지 못하면 과거의 영광을 영영 되찾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독일은 2000년대 이후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였고 독일 기업의 경쟁력도 강해졌다”며 “장기적인 추이를 비교하면 일본의 성장률은 독일보다 낮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현재 상황으론 올해 일본이 독일을 재역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최근 활황인 증시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15일 닛케이평균은 1.21% 오른 3만8157엔으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3만8188엔을 기록하는 등 1989년 말 기록한 일본 역사상 최고점(3만8915엔)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과거 최고점 당시엔 일본 거품 경제에 따른 주가 상승 요인이 컸지만, 이번에는 주요 기업들이 좋은 실적으로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요타자동차는 3월까지 집계하는 2023 회계연도 매출이 전년 대비 17% 증가한 43조5000억엔에 이를 전망이라고 지난 6일 밝혔다. 순이익 전망치는 4조5000억엔에 달했다. 4조엔대 순익이 실현되면 일본 최대 기업인 도요타에 역대 최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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