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찾은 일본 구마모토현의 마을 기쿠요마치(菊陽町)의 공장 부지. 풀만 무성한 벌판 한 귀퉁이에는 ‘안전 제일’이라는 표지판과 포클레인 한 대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왼쪽으로는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의 공장, 오른쪽으로는 소니의 반도체 공장, 길 건너편엔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회사 TSMC의 제1공장이 있었다. 이 벌판은 TSMC가 약 120억달러(약 15조원)를 투자해 올 연말에 착공할 제2공장 부지다.
대만 TSMC가 일본에 1공장에 이어 2공장 건설을 공식화한 가운데 벌써 3공장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86억달러를 투자한 1공장은 24일 준공해 올 4분기부터 대량 생산에 들어가며, 2공장은 연말쯤 착공해 2027년부터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TSMC는 구마모토현에 제3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연이어 4공장도 건설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3공장의 생산 라인은 세계 최첨단 공정인 3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구마모토의 TSMC 1공장은 12~28나노미터 생산 라인에 그치지만, 6~7나노미터 수준인 2공장을 건설한 뒤, 곧바로 3나노미터의 최첨단 3공장까지 일본에 둔다는 것이다. 3나노미터는 삼성전자의 현재 파운드리 제조 기술과 동급이다.
일본 정부는 수조 원대 보조금 카드를 제시하며 TSMC에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3일 “일본 정부가 TSMC 제2공장에 보조금 약 7300억엔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은 1공장에 보조금 4760억엔을 줬다. 외국 기업 한 곳에만 세금으로 무려 1조2000억엔 이상을 조건 없이 주는 것이다. 일본 인구 1억2200여 만명이 모두 1인당 약 1만엔(약 9만원)씩 TSMC에 현금을 주는 셈이다.
이렇게 통 크게 지원하는 것은 TSMC의 투자가 침체된 일본 경제를 부양하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규슈경제조사협회는 TSMC의 투자가 2030년까지 규슈에 약 20조엔(약 177조원)의 경제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10조5400억엔의 경제 효과가 집중되는 구마모토현에 대해선 ‘반도체 버블(거품)’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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