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명 만화 ‘드래곤볼’을 그린 만화계 거장 도리야마 아키라(鳥山明)씨가 지난 1일 별세했다고 그가 생전 연재한 ‘주간 소년점프’가 8일 밝혔다. 사인은 급성 경막하 출혈로, 향년 69세다.
1955년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태어난 도리야마씨는 일본 만화가의 등용문인 만화 잡지 ‘주간 소년점프’를 통해 1978년 데뷔했다. 1984~1995년 연재한 ‘드래곤볼’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하루에 담배를 세 갑씩 피우는 지독한 애연가였던 도리야마씨가 만화에 입문한 계기는 담배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광고 디자인 회사에 입사했다가 단순 반복 작업이 싫어 2년 반 만에 퇴사한 그는 찻집에서 우연히 상금 50만엔(약 450만원)이 걸린 신인상 모집 공고를 보고 응모를 결심했다. 담뱃값 걱정 없이 살고 싶었다고 한다. 마감일까지 만화를 제출하지 못해 그 응모엔 실패했지만, 이후 만화에 몰두해 1978년 소년점프에 ‘원더 아일랜드’로 데뷔했다. 데뷔작은 독자 앙케이트에서 최하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1980년에 연재를 시작한 ‘닥터슬럼프’가 인기를 끌며 스타 만화가로 떠올랐다. 닥터슬럼프는 천재 박사가 만든 소녀 로봇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도리야마씨는 1984년 8월에 아이디어 부족을 들어 닥터슬럼프 연재를 그만뒀다. 주간 소년점프는 당시 ‘3개월 내 새 연재를 시작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같은 해 11월에 탄생한 게 드래곤볼이다.
주인공 손오공이 소원을 이뤄주는 드래곤볼 일곱 개를 찾는다는 줄거리인 드래곤볼은 단행본으로 전 세계에서 2억6000만부가 팔렸다. 일본에서 1억6000만부, 한국에서도 2000만부 이상이 나갔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일본에서 1986~1996년 방송됐는데 평균 시청률이 20%를 넘었다. 전 세계 80국 이상에서 방송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게임으로 만든 ‘드래곤볼Z’는 누적 판매량 5000만장이 넘는다. 만화·애니메이션·게임 등을 모두 합치면, 드래곤볼이란 만화가 만들어낸 매출이 약 230억달러(약 30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도리야마씨는 올해 가을 드래곤볼 40주년을 맞아 새로운 에피소드를 그린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다이마’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주간 소년점프는 이날 홈페이지에 “도리야마 선생이 그린 만화는 국경을 넘어 세계에서 읽혔고 사랑받았다. 그가 만들어낸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과 압도적 디자인 센스는 많은 만화가와 창작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인기 만화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씨는 “그는 ‘만화를 읽으면 바보가 된다’는 시대를, 어른도 아이도 모두 만화를 즐겁게 읽는 시대로 바꾼 인물”이라며 “고인은 너무 빨리 갔고 빈자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인기 만화 나루토의 작가 기시모토 마사시는 “초등학교 때 드래곤볼, 닥터슬럼프와 함께 자랐고, 시골 소년인 내게 그것은 구원이었다”고 도리야마씨를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