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일본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그의 전담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뉴시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일본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40)가 오타니의 돈을 빼돌려 도박 빚을 갚는 데 썼다는 의혹으로 20일 구단에서 해고됐다. 이후 오타니는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공개 훈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0년 7억 달러’라는 세계 스포츠 사상 최고액 계약을 맺고 LA 에인절스에서 다저스로 둥지를 옮긴 오타니. 명실상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로 꼽히는 그인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외신들의 관심도 뜨겁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야후스포츠 등이 예측하고 있는 이번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오타니는 2013년 자신의 프로 데뷔 구단인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에 입단했다. 미 캘리포니아에 살던 잇페이도 닛폰햄 소속 외국인 선수의 통역 일을 의뢰받고 같은 해 일본에 왔다. 둘은 ‘입단 동기’로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2018년 그의 전담 통역사로 고용됐다. 오타니가 에인절스에서 한 번의 신인상과 두 번의 리그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하며 명실상부 메이저리그 스타 선수로 떠오르는 6년 동안 미즈하라는 그의 곁을 묵묵히 지켰다. 기자회견 등 공개석상에선 통역사로, 사적 자리에선 그의 운전수이자 캐치볼 상대 등 비서이자 매니저 같은 역할도 했다. 지난해 오타니의 다저스행(行)에도 동행했다.

2021년 미즈하라는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포커 게임을 찾았다가 스포츠 도박 업자인 매슈 보여를 만났다. 이 무렵부터 미즈하라는 축구·농구·미식축구 등에 걸쳐 스포츠 도박을 일삼기 시작했다. 미즈하라는 “도박이 불법인 줄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한 미국 내 38주(州)와 달리, 캘리포니아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2023년 9~10월 보여 및 그의 동료 계좌로 최소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0만달러(약 6억6000만원)가 송금됐다. 명의는 오타니였다. 송금 내역엔 ‘대출(loan)’이란 단어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ESPN은 보여가 지인들에게 “오타니는 내 사업을 돕는 고객”이라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미즈하라는 당초 지난 20일 ESPN과의 통화에서 “오타니는 당시 내 도박 빚 중 450만달러(60억원)를 갚아주기로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오타니가 이를 내켜 하진 않았지만, 미즈하라가 다신 도박에 손을 대지 않도록 돕기 위해 이렇게 결정했고, 이에 오타니가 미즈하라가 보는 자리에서 자신의 컴퓨터로 돈을 보냈다는 주장이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왜 당신에게 직접 돈을 보내지 않고 보여 측에 보냈느냐’는 질문엔 “오타니가 돈 문제와 관련해 나를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혹여나 돈을 다시 도박에 탕진할까 오타니가 우려했다는 것이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에게 “돈은 꼭 갚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2023년 10월 보여는 불법 도박 연루 혐의로 미 연방 수사당국에게 현금과 은행 관련 서류, 수 대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 석 달 뒤인 지난 1월 연방 수사관들이 보여의 은행 관련 서류에서 오타니의 이름을 발견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이러한 정보를 입수한 ESPN 등이 오타니 측에 연락했다. ESPN은 90분에 걸친 미즈하라의 통화에서 이러한 주장(오타니가 그의 빚을 대신 갚아줬다는 것)을 들었다. 미즈하라는 당시 “쇼헤이는 도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음을 알아달라. 또 내가 (스포츠 도박이) 불법이란 사실을 모르고 저지른 일이라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 이번 일로 큰 교훈을 얻었고,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20일 오타니가 소속된 다저스는 파드리스를 상대로 한 리그 개막전에서 5대2로 승리했다. 5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라는 오타니의 맹활약이 팀 승리를 견인했다. 그리고 이날 미즈하라는 경기가 끝나고 라커룸에 모인 선수들에게 “오늘 경기가 마치면 (나와 관련된) 문제가 밝혀질 것이다. 모두 내 잘못이다. 나는 도박 중독”이라고 미리 사과했다.

사태와 관련된 보도가 쏟아진 뒤, 오타니 측 변호인은 “최근 언론 문의에 대응하다가 오타니가 절도 피해를 봤단 사실을 확인했다”는 입장을 냈다.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빚을 대신 갚아줬다’는 의혹을 부정한 것이다. 미즈하라도 이내 당초 주장을 번복하고, “오타니는 내 도박과 관련된 일을 전혀 몰랐고 송금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일본 매체들은 미즈하라를 “오타니가 가장 신뢰해 왔던 인물”이라고 전하며 “오랜 인연을 맺어온 만큼 이번 사건으로 오타니가 입을 정신적 피해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야후스포츠는 오타니가 실제로 불법 도박업자 측에 돈을 이체했을 경우 미국 법에 따라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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