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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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3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발행하는 1만·5000·1000엔짜리 지폐 신권. /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 지폐 신권 발행이 넉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루히토 일왕이 취임하고 ‘레이와(令和)’란 새 연호가 시작한 2019년 일본 재무성이 발표했던 것인데요.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은 오는 7월 3일부터 기존 지폐에 그려져 있는 인물과 디자인을 모두 바꾼 신권을 발행할 예정입니다.

올 7월 신권 발행에선 1만·5000·1000엔짜리 지폐 인물과 디자인이 교체됩니다. 1만엔권 인물은 기존 메이지 시대 사상가였던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에서 ‘일본 자본주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치(1840~1931)로 바뀝니다. 후쿠자와는 19세기 후반 메이지 유신 당시, 일본의 근대화를 주장하면서 서양 문물을 일본에 적극 소개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죠. 1984년 1만엔권에 얼굴을 올려 40년 만에 퇴장하게 됐습니다.

오는 7월 일본 1만엔짜리 지폐 인물이 기존 메이지 시대 사상가였던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에서 ‘일본 자본주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치(1840~1931·사진)로 바뀐다. 시부사와는 일본 메이지~쇼와 시대 철도·비료·호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500여 개의 회사를 세운 역사적인 기업인이다. /NHK

그 대신 1만엔권을 새로 장식할 시부사와는 일본 메이지~쇼와 시대 철도·비료·호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500여 개의 회사를 세운 역사적인 기업인입니다. 일본 최초의 은행인 다이이치국립은행(현 미즈호은행)도 그가 설립했고요. 국내에선 1900년대 초 그의 주도로 당시 대한제국에 세워졌던 경인선·경부선 등 철도가 침략을 목적으로 세워졌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오는 7월부터 새롭게 일본 5000엔짜리 지폐를 장식할 쓰다 우메코(1864~1929). 일본 최초의 여성 해외 유학생인 그는 1900년 도쿄 여자영문학학원(현 쓰다주쿠대)를 설립했다. /NHK

5000엔권은 기존 일본 여류 작가 히구치 이치요(1872~1896)에서 일본 여성 교육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쓰다 우메코(1864~1929)로 바뀝니다. 일본 최초의 여성 해외 유학생인 쓰다는 1900년 도쿄 여자영문학학원(현 쓰다주쿠대)를 설립했습니다.

오는 7월 일본 1000엔짜리 지폐 인물은 파상풍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일본 근대 의학의 아버지’라고 추앙받는 기타사토 시바사부로(1853~1931)로 바뀐다. /NHK

1000엔권은 매독균을 발견한 세균학자 노구치 히데요(1876~1928)가 파상풍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일본 근대 의학의 아버지’라고 추앙받는 기타사토 시바사부로(1853~1931)로 대체됩니다.

현재 1만엔권에 그려진 교토 불교 사원 뵤도인(平等院) 봉황상이 도쿄역 마루노우치역사 풍경으로 바뀌는 등 뒷면 그림도 바뀌죠.

일본은행이 지폐 신권을 발행하는 건 5000·1000엔권 인물을 개편했던 2004년 이후 20년만입니다. 일본은행은 다음 달 말까지 신권 45억3000만매를 인쇄할 예정으로, 7월부터 순차적으로 필요량에 따라 발행하겠단 계획입니다. 이에 맞춰 일본 전국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제조사들은 전 공장을 가동시켜 신권을 취급하는 신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NHK에 따르면, 한 ATM 제조사는 지난해 생산 대수가 전년보다 2배 많은 2만대에 육박했다고 하고요. ATM뿐 아니라 현금을 취급하는 자동판매기 생산 업체들도 신권 대응에 분주한 상태라고 알려졌습니다.

오는 7월 일본에서 20년 만에 지폐 신권이 발행되나, 당분간 구권도 사용이 가능하다. /미쓰비시 UFJ 은행

신권이 발행돼도 당분간 구권 사용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고령층 등을 “7월부터 기존 지폐는 못 쓴다”고 속이며 현금을 갈취하려는 등 이를 악용하려는 범죄가 잇달아 일본 재무성은 “관련 사기에 유의해달라”고 지난해 12월 발표했습니다. 일본은행 고베 지점은 오늘(27일) 초등학생과 이들의 학부모를 상대로 지폐 신권에 대한 은행 견학 및 설명회를 제공합니다.

일각에선 ‘디지털 후진국’이란 오명을 벗고 아날로그로부터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캐시리스(현금 없는 사회) 정책’을 펼치는 정부가 굳이 예산을 들여 지폐를 바꾸는 이유를 모르겠단 의구심도 제기됩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새 지폐는 인물 등 디자인뿐 아니라 위조 방지 기술도 강화된다”며 “일본 지폐에 대한 세계적인 신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입니다. NHK에 따르면, 이번 신권엔 세계 최초로 최첨단 홀로그램 기술이 도입돼 지폐를 기울이면 인물 초상이 입체적으로 움직이듯 보여 기존 지폐보다 위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또 기존 지폐보다 액수를 나타내는 숫자 크기를 키워 외국인 관광객들의 파악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하네요.

현금을 넣고 메뉴를 주문하는 방식의 일본 식당 발권기. /kenbaiki-kaitori.com

한편 신용카드를 취급하지 않고 ‘현금 발권기’를 통해서만 손님을 받는 일본 식당들은 발권기 교체로 인한 비용 발생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구권을 인식하는 발권기를 쓰는 식당들은 신권만 지참한 손님에 대비해 기계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죠. 도쿄신문은 “(발권기) 갱신에 대당 100만엔(약 900만원) 이상이 드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원재료 값 급등 등으로 경영난에 처한 자영업자들이 비명을 터뜨리고 있다”고 지난달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실제로 1000엔권만 취급하는 발권기는 갱신에 70만엔이 들고 5000·1만엔까지 취급하는 발권기는 120만엔가량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에 일부 지방 도시들은 발권기 교체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고 나섰습니다. 일본 도쿄 북동부 가쓰시카구는 지난달 “점포당 30만엔까지 (발권기 교체)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아이치현 오구치초(町)도 지난해 9월 50만엔 상한의 보조금 정책을 내놓았죠.

'도쿄 타워'가 보이는 일본의 수도 도쿄의 전경/조선일보DB

3월 27일 서른한 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은 넉 달 뒤 일본은행이 발행하는 20년 만의 지폐 신권과 이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혼란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다음 주에도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29~30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엄마가 신 아닌 날 사랑해 줬다면...” 日신흥종교 문제, 영화로 나온다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3/13/2UX62MMGLJFWZJF2HWODW3TDUM/

일본 졸속黨의 최후… 창당 5년 만에 파산했다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3/20/HQAB5ETDANA5NDBHCW5LNHR4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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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주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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