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마찬가지로 의사들의 수도권·대도시 선호와 지방 기피가 만연한 일본에서 혼슈 중북부 니가타현의 성공적인 의사 스카우트 소식이 화제다. 인구 대비 의사 숫자가 전국에서 꼴찌 수준인 이곳에 역대 가장 많은 임상연수의가 몰렸기 때문이다. 임상연수의는 의대를 졸업하고 2년간 전문 분야 없이 전반적인 병원 일을 수련하는 과정에 있는 의사를 말한다. 한국의 인턴 제도와 비슷하다.
20일 BSN(니가타방송) 등에 따르면, 올해 니가타현에 있는 병원에서 임상연수를 시작한 의사는 161명으로 사상 최다였다. 이 중 니가타가 아닌 타 지역 대학 출신은 101명으로 전체의 63%다. 상당수가 연고도 없는 니가타현을 연수 지역으로 택했다는 것이다.
현재 니가타현 내 의료시설에 종사 중인 의사 수는 약 4500명으로, 인구 10만명당 약 227.3명이다. 전국 평균(274명)의 80% 수준으로 일본 47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중 44위로 최하위권이다. 이런 곳에 의대를 졸업한 새내기 의사들이 몰려들면서 니가타현이 세운 의사 확보 계획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사 부족의 심각성을 인지한 니가타현은 2020년 의사들을 유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지역에 자리 잡아 최소 9년간 떠나지 않으면 한 사람당 최대 3700만엔(약 3억29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 병원에서 임상 연수를 마친 이들에게는 해외 유학 비용도 일부 지원하기로 했다. 50여 명의 연수의를 대상으로 의학 외에 경영 등 다른 학문을 배울 기회를 주는 ‘이노베이터 육성 임상연수 코스’도 시작했다.
이 같은 니가타현의 지원책은 의대를 갓 졸업한 연수의들의 학문에 대한 의욕을 충족시켜준다고 니가타일보 등 지역 언론들은 평가했다. 지역 병원들까지 만성적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임상연수의 마음 붙들기에 나섰다. 조에쓰종합병원에선 가고시마 미쓰루 원장이 임상연수의가 담당 환자를 진찰할 때 직접 동행하며 지도하고 있다. 니가타현 내 종합병원 상당수는 임상연수 기간 미국 하버드대 등 해외 대학 석사를 인터넷 강의로 딸 수 있도록 한 사람당 1050만엔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니가타현 병원에 둥지를 튼 임상연수의는 2022년 125명, 지난해 147명으로 꾸준히 올랐다. 하나즈미 히데요 니가타현 지사는 “당국과 의료계의 협력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연수의들을 현에 정착시키려 계속 힘쓰겠다”고 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의 배경지로 잘 알려진 니가타는 전통 술(사케)과 쌀(고시히카리)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겨울철 일조 시간이 전국 평균(407.5시간)의 절반 이하일 정도로 우중충한 날이 많아 ‘우울한 도시’라는 달갑잖은 별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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