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업 네이버가 일본의 라인야후에서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지분을 매각하라고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인야후는 일본 최대 메신저인 라인과 최대 포털 야후를 운영하는 회사다. 5년 전 ‘아시아 최고 인터넷 기업’을 꿈꾸며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일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손잡았던 경영 통합이 라인의 경영권 상실이란 최악의 결말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24일 일본 현지 언론과 네이버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 측은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지분 64.4%를 보유한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주식 매각을 요청한 상황이다. 일본 뉴스통신사 교도통신은 “소뱅이 (네이버에게서) A홀딩스 주식을 추가로 조금이라도 취득하면, 라인야후의 경영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기업간 인수·합병 시 통상적으로는 어느 한쪽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50% + 1주’(플러스 1주) 등의 형식을 취하는데, 두 회사는 완전히 같은 주식 수를 보유한 것이다. 2019년말 합병에 합의하고, 2020년 3월 통합 법인을 출범시킬 당시 양사는 ‘주식수를 완전히 똑같이 두고, 공동 경영권을 행사한다’고 동의했다.
당시 합의에도 소프트뱅크가 당당하게 지분 매각을 요청하는 배경엔 일본 정부의 행정 지도가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라인야후에게 지난해 11월 발생한 51만여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행정지도를 내렸다.
일본 총무성은 개인 정보 유출의 원인이 ‘시스템 업무를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했기 때문’으로 규정하고, ‘개선책를 마련하되,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도 포함하라’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내렸다. 또 소프트뱅크엔 ‘라인야후에 대한 자본적인 관여를 보다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사실상 일본 정부가 나서 민간기업의 지분 변경을 요구한 것이다.
일본 총무성은 최근 라인야후가 ‘네이버와의 시스템 위탁 규모의 축소 및 종료’라는 재발방치책을 낸 데 대해 오는 7월 1일까지 다시 개선책을 제출하라고 2차 행정지도를 냈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은 “라인야후가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여, 철저하게 대응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이버 보안 대책’을 명분으로, 매월 9600만명이 넘는 일본인이 쓰는 라인의 경영권에서 한국 기업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게 일본 정부의 혼네(本音·속마음)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도쿄증시에 상장된 라인야후는 시가총액 2조8600억엔(약 25조3000억원)이다.
일본 정부가 사실상 해외 기업에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이례적인 상황이지만, 일본 주요 언론은 관련 보도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일본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무성의 자본 관계 개선 요청과 관련, 네이버 측의 반발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야후라인 측은 ‘요청 중’이란 입장”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