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사용자 정보 유출에 대한 조치로 네이버의 일본 관계사인 ‘라인야후’의 네이버 측 지분 정리를 요청한 가운데, 이런 명령이 이보다 심각한 자국 기업의 비슷한 사고보다 강력하다고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일본에선 개인 정보가 100만건 이상 유출된 사고만 여덟 차례 터졌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51만건이 유출된 라인야후에만 두 차례 행정지도를 하며 주요 주주사인 네이버의 경영권 배제를 압박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방송·통신 분야 주무 부처인 총무성이 같은 사건에 대해 행정지도를 두 차례 한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례적이다. 일본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일본 상장 기업이 지난해 공표한 ‘개인 정보 유출·분실 사고’는 175건이며 유출된 개인 정보 건수는 4090만건이다.
최대 사고는 지난해 10월 일본의 대표 통신 사업자인 NTT니시(西)일본에서 터졌다. 사용자 정보 928만건이 유출됐다. 2013년부터 10년간 이 회사의 시스템 위탁 업체이자 그룹 관계사인 NTT비즈니스설루션스에서 한 파견 사원이 개인 정보를 외부에 팔았다. NTT니시일본의 모리바야시 마사아키 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정도로 사태는 심각했다. 일본 검찰은 문제의 파견 사원을 기소했다. 일본 총무성은 이에 지난 2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고, 이후 NTT니시일본이 내놓은 ‘관리 감독 강화’라는 개선책을 받아들였다.
지난 11월 드러난 라인야후의 사고는 NTT니시일본 사건에 비해 유출 기간이 약 2개월 정도로 짧다. 유출 건수는 51만여 건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다. 본사가 아니라 관계사인 네이버클라우드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는 대목은 비슷하다.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이 사건은 일본 총무성이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행정지도를 감행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네이버 측과 업무 위탁 축소·종료 및 통신망 차단’이라는 라인야후의 대책에 총무성은 ‘불충분하다’며 네이버 측의 지분을 정리하라는 대책을 요구하는 2차 행정지도를 내렸다. 소프트뱅크와 함께 라인야후 지분을 50%씩 보유한 네이버에 손을 떼라는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일본 기업의 한 관계자는 “법적 구속력도 없는 행정지도로 민간 기업에 지분 변경을 요구하는 건 불합리하다”면서도 “일본에서 정부와 맞서면서 인터넷·통신 사업을 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네이버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라인야후는 26일 정보 유출과 관련해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