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 기업이자 일본 대표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도요타)가 65세 이상의 직원을 재고용해 70세까지 근무하게 하는 새로운 인사 제도를 도입한다. 정년이 지난 직원을 1년이라도 더 붙잡아 두겠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인구 감소 탓에 제조업의 인력난이 심각해 정년 자체를 없애거나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현재 예외적으로만 허용했던 65세 이상 직원의 재고용을 오는 8월부터는 전(全) 직종의 종업원으로 확대해 시행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의 법적 정년은 만 60세지만, 실질적 정년은 65세다. 일본 정부가 2006년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고쳐 기업들이 정년 연장, 재고용, 정년 폐지 중 하나의 방식을 택해 희망하는 직원들이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조치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이 방침에 따라 재고용을 희망하는 직원들을 65세까지 고용하고 있는데, 재고용 기간을 5년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그래픽=이진영

도요타는 재고용 인력에 대한 급여와 처우도 대폭 개선할 방침이다. 도요타에서 재고용된 직원은 관리자급인 부장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60세 미만 ‘현역’ 시절 급여의 절반 정도를 받고 있다. 이 신문은 “60세 정년을 맞은 직원 가운데 20% 정도는 이 같은 처우 탓에 재고용을 선택하지 않고 퇴직한다”며 “도요타는 업무 공헌도를 측정해 추가 보상하는 인사 개선책을 오는 10월 내놓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도요타가 재고용 연령을 70세까지 연장하는 이유는 인력 부족 탓이다. 도요타는 가솔린 자동차는 물론이고 전기자동차(EV)와 수소연료전지차(FCV)까지 폭넓게 개발하는 이른바 ‘멀티 패스웨이(Multi Pathway·전방위)’ 전략을 쓰고 있다. 이에 많은 개발·생산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 회사 직원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인구 감소 장기화에 따른 구인난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기준 도요타 정직원은 7만56명으로 5년 전 대비 6% 넘게 줄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최고 기업인 도요타에 지금 당장 인력 채용 문제가 당면한 건 아니지만, 회사 내부에선 장기적으로 채용난이 닥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고 보도했다.

도요타가 이른바 ‘시니어 인재’ 재고용을 늘리는 또 다른 이유는 경험이 많고 업무 숙련도가 높은 60세 이상 직원들을 활용해 회사의 내실을 다지자는 판단도 깔려 있다. 요미우리는 “그룹 계열사 인증 부정과 품질 문제가 연이어 나온 상황에서 사업 기초가 되는 인재를 육성해 기능을 전수하기 위해 시니어 사원이 활약할 곳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도요타 이외에도 많은 일본 제조 기업이 정년 연장·폐지와 함께 재고용한 60세 이상 직원의 처우 개선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지퍼 제조사인 YKK는 2021년 일본 사업장에서 정년 제도를 없앴다. 일본의 또 다른 자동차 업체 마쓰다도 단계적으로 정년을 65세까지 늘리고 있다.

일본은 극심한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1994년 법적 정년을 기존 55세에서 60세로 연장했다. 이어 2006년 실질 정년을 65세로 높이는 입법 조치에 나섰고, 2021년에는 프리랜서 계약 등을 통해 직원들이 70세까지 회사에 몸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기업들에 권고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작년 일본의 65~69세 고령층 고용률(65~69세 인구 대비 해당 연령대 취업자 수 비율)은 52%로, 10년 전보다 13.3%포인트 급증했다.

하지만 제조업의 인력난은 여전하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올 3월 일본의 평균 ‘유효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은 1.28배였다. 일자리는 128개인데, 구직자는 100명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데이코쿠뱅크에 따르면, 인력 부족을 이유로 파산한 기업은 작년 4월~올해 3월 기준 313곳으로 전년 동기의 2배 이상이다. 데이코쿠뱅크가 관련 데이터를 집계한 2015년 이후 최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