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라인프렌즈 플래그십스토어 강남점 앞으로 외국인이 지나가고 있다./뉴스1

일본 총무성이 개인 정보 유출 문제를 들어 라인야후에 3~4월 총 두 차례 내린 ‘행정지도(行政指導)’는 법적 강제성은 없는 조치다. 형식적으론 정부 부처가 민간 기업이나 개인에게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하는 조언에 불과하다. 위법 행위에 대해 내리는 강제성 있는 법적 조치인 ‘행정처분’과는 대조된다.

일본 총무성은 행정지도와 관련한 홈페이지의 질의응답 코너 중 ‘행정지도를 반드시 따라야 하나’란 질문에 “행정처분과 달리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상 구속력이 없으며 자율적인 협력을 전제로 한다”며 “행정지도를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안 따르면 불이익받지 않나’라는 질문엔 “행정지도를 따르지 않는 자를 행정 부처가 괴롭히거나 차별하거나 제재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다 해도, 일본 기업이 정부의 행정지도에 불복하는 사례는 사실상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통신·금융 등 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의 경우는 정부와 대치하면서 사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행정지도를 따를 수밖에 없다.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 합작사인 라인야후에 일본 총무성이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한다’는 행정지도를 두 차례에 걸쳐 내린 일을 두고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행정지도를 내리면 모두 따르니, 두 번 지도할 필요는 없었다는 뜻이다.

라인야후와 유사한 최근의 행정지도 사례로는 일본 대표 통신 사업자인 NTT니시(西)일본이 꼽힌다. 10년간 개인 정보 928만건이 유출된 사실이 지난해 드러나자 일본 총무성은 ‘관리 감독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후 NTT니시일본은 관리 감독 강화 방안을 제출하면서 그 과정에 모리바야시 마사아키 사장(CEO)까지 책임을 지고 물러나도록 조치했다.

행정지도는 미국이나 유럽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제도로 일본 내에서도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따질 절차조차 없다. 행정처분의 경우 법원에서 시비를 가릴 수 있는 것과 대조된다. 만약 네이버가 행정지도를 안 따를 경우 일본 총무성이 법적 강제성을 가진 행정처분을 내릴 수는 있다. 일본의 한 변호사는 “행정지도에 명기된,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는 행정처분에선 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총무성이 타국 기업에 지분 매각을 요청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금융사 등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금융감독원 등 당국이 행정지도 방식으로 대책 마련을 지시하는 일이 적지 않으며, 이때도 불복하는 일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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