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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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간판 아이돌 아라시 소속 마츠모토 준(41)/moviewalker.jp

일본 간판 아이돌 가수이자 배우로도 활동 중인 마츠모토 준(41)이 30년 가까이 몸담은 소속사에서 탈퇴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스타토엔터테인먼트’라 불리는 이 소속사는 1962년 설립돼 일본 연예계를 주름잡아 온 ‘자니즈 사무소’의 후신(後身)입니다. 60년 넘게 일본 연예계 최고 권력으로 군림해온 이 소속사는 지난해 창업주의 연습생 성 착취 논란이 불거져 사명을 지금처럼 바꾸고, 지난달 업무를 본격 개시했는데요. 이 이후 소속 연예인이 탈퇴한 최초 사례가 나왔습니다.

스타토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6일 공식 웹사이트에서 “사반세기에 걸쳐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팬들에게 사랑받은 마츠모토가 데뷔 25주년인 올해 개인 회사로 독립하게 됐다”며 “앞으로 그의 비약을 소망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츠모토는 중학교 1학년이었던 1996년 자니즈 사무소에 입소해 TV 드라마와 영화 아역배우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1999년 남자 5인조 아이돌 그룹 아라시(嵐·일본어로 ‘폭풍우’란 뜻)로 정식 데뷔했습니다. 아라시는 소속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첫 발매 싱글 앨범이 첫주 만에 56만장이 팔리는 등 단숨에 스타 그룹으로 떠올랐습니다.

올해로 데뷔 25주년인 일본 국민 아이돌 아라시(嵐)/스타토엔터테인먼트

아라시는 2010년대 들어 일본 대중음악 시상식 ‘골든디스크 대상’에서 사상 최초 10관왕을 기록하고, 데뷔 17년째 단독 콘서트 누적 관객수가 1000만명을 넘는 등 신기록을 써내려갔습니다. ‘헤이세이(平成·1989~2019년 일본 연호)의 최정상 아이돌’이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이들에게도 위기는 있었는데요.

일본 국민 아이돌 아라시 멤버 니노미야 카즈나리(왼쪽)가 2001년 한 살 연상의 여배우 시이나 노리코와 데이트하던 모습이 현지 언론에 포착됐다. 이 스캔들로 2000년대 초 아라시의 인기는 추락해 침체기를 겪었다./고단샤 프라이데이디지털

아라시는 2000년대 초 니노미야 카즈나리, 아이바 마사키 등 멤버들의 여성 스캔들로 인기가 추락해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이때 아라시의 입지를 재차 최정상에 끌어올린 장본인이 마츠모토였습니다. 그가 출연한 만화 원작 드라마 ‘꽃보다 남자(2005년 방영)’의 흥행 덕분이었죠. 평균 시청률이 20%에 육박하는 등 대히트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2009년 한국에서도 리메이크(재제작)됐습니다. 이후 아라시는 2020년 그룹 활동을 무기한 중단하기 전까지 ‘일본 어디서든 TV를 틀면 아라시를 보인다’는 말이 돌 정도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2005년 일본 대히트 드라마 '꽃보다 남자(花より男子)'에 출연한 마츠모토 준/hiphopunited.net

그런 마츠모토가 28년간 몸담은 소속사에서 탈퇴한 계기로는 지난해 부상한 창업주 자니 기타가와(1931~2019)의 생전 연습생 성 착취 논란이 꼽힙니다. 작년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자니즈 사태는 그간 방구석 도쿄통신에서도 두 차례 소개해드렸습니다.

60년 철밥통’ 자니즈는 왜 BBC 보도 한방에 무너졌나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3/09/27/OT7SUXEX25E5XPNE7NBCC5Y4HA/

자니즈 사태, 미뤄왔던 ‘결혼 러시’ 쏟아진다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1/24/TLFXMW33JJG67EX3IZJGOAQQQI/

지난해 1~12월 일본 공영방송 NHK 대하드라마 '어떡할래 이에야스'에서 에도 막부 초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 역을 맡은 마츠모토 준/NHK

스포니치아넥스 등 일본 연예 매체들에 따르면, 마츠모토는 지난해 주연을 맡은 공영방송 NHK 대하드라마 ‘어떡할래 이에야스’의 촬영을 마치고 소속사와의 계약 연장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이는 창업주 논란이 불거졌던 시기와 맞물리죠.

자니즈 사무소는 당시 논란으로 창업주 조카였던 후지시마 주리 게이코 사장이 물러나고 성 착취 피해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보상을 약속함과 동시에 60년 넘게 유지한 사명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기무라 타쿠야 등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자니즈 소속 연예인들은 ‘창업주의 성 착취를 방관했던 것이냐’는 비판에 현지 광고와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속속 퇴출당했죠.

일본 간판 아이돌 가수 겸 배우 마츠모토 준/screenonline.jp

마츠모토는 이날 “10대 때부터 함께 한 회사를 떠나 불안이 크지만 내 미래를 위해 필요한 한 걸음이라고 느낀다”며 “결코 평탄한 길은 아닐 테지만 새로운 만남과 체험으로 탐구의 장을 넓히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간 만난 사람들의 열정은 앞으로도 내 창작활동의 원천이 될 것”이라며 소속사와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죠.

다만 그는 앞으로도 아라시로서의 활동은 스타토엔터테인먼트 지휘 아래 계속하기로 했는데요. 2020년 12월 31일 멤버들의 개인 활동 집중을 이유로 활동을 멈춘 아라시는 오는 2025년 봄쯤 활동을 재개할 걸로 전망됩니다.

지난달 '주식회사 아라시(株式会社嵐)'란 독자 기획사를 차린 일본 5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 아라시/스포츠호치

그러나 아라시는 지난달 멤버 다섯 명이 함께 ‘주식회사 아라시’란 독자 기획사를 차린 상태라 이들의 활동이 계속 스타토엔터테인먼트 아래에서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서 아라시 소속인 가수 겸 배우 니노미야 카즈나리도 지난해 10월 창업주 논란 여파로 자니즈에서 탈퇴했죠.

당시 “소속사 (창업주의 성 착취 관련) 기자회견 이후 개인 활동에도 많은 영향이 일어나기 시작해 무서워졌다”며 “불안도 심해져 앞으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자신의 일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결심했다”고 발표했던 니노미야. 그는 동료 마츠모토의 독립 소식에 “일할 땐 동료, 술 마실 땐 가족, 미래를 얘기할 땐 친구. 그(마츠모토)의 미래에 대한 결정을 늘 응원할 것이고,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기쁘게 돕겠다”며 격려했습니다.

일본 연예계에선 마츠모토가 이번 독립을 계기로 ‘자니즈 리스크’로부터 완전히 탈피해 활동 영역을 넓힐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그간 굵직한 작품 활동들을 통해 쌓아온 업계 인맥으로 소속사에 구애받지 않고 기량을 보다 뽐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입니다.

'도쿄 타워'가 보이는 일본의 수도 도쿄의 전경/조선일보DB

5월 22일 서른아홉 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은 일본 간판 아이돌 스타 마츠모토 준의 자니즈 사무소 탈퇴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다음 주에도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37~38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한국인도 가담… 시신 불태워 유기한 日 ‘어둠의 알바’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5/08/CDTDXX5WGBCHVLJEP2KDCITHUY/

외국인에 음식값 더받고, 숙박세 과금하고… ‘접대 문화’ 사라지는 일본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5/15/5OUMX3BLY5CTHIDJTF2ZPGTB5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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