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한국 둘 다 이대로 가면 노인의 나라가 되고 경제는 너덜너덜해지고 결국 (국가) 소멸로 향할 것입니다.”
도쿄의 일본우정(郵政·유세)홀딩스 건물에서 최근 만난 마스다 히로야(増田寛也·73) 전 총무상은 “고비는 2040년”이라며 “2030년까진 어떻게든 견디겠지만, 2040년까지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 반전을 못 하면 그 후엔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2040년까지 출산율 1.6′이란 목표로 승부를 걸 예정이다. 한국도 1.0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5일 발표된 일본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2명이다. 한국은 이보다 더 낮은 0.7명이다. 인구가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수준(2.1명)에 크게 못 미친다.
마스다 전 총무상은 연구소인 일본창성회의의 좌장으로, 2014년 일본의 896개 지역을 ‘소멸 가능성 도시’라고 발표해 이른바 ‘마스다 쇼크’를 일으켰다. 이와테현 지사(3선)와 총무대신(한국의 옛 행정자치부와 비슷, 제8·9대)을 역임한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인구 전문가로 꼽힌다. 현재 일본우정홀딩스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인구 위기라고 해도 당장 실감 나진 않는데.
“인구 감소는 눈에 안 보이는 형태로 조용하게, 하지만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알아채기 어렵다. 10년, 15년 지난 뒤 (인구 위기가) 닥쳤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때는 늦는다. 일본 지방에선 버스·철도 노선 곳곳이 폐선되고 상하수도를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과거엔 일본을 의료·간병 등 사회 보장이 잘 갖춰진 나라라고 봤지만, 이는 적은 수의 고령층을 인구가 많은 ‘현역 세대’가 지탱하던 인구 구조였을 때 가능한 얘기다. 역(逆)피라미드형 인구 구조로는 조만간 일본도 사회 보장을 유지 못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인구 위기를 사람들의 눈에 보이게 만들기 위해 ‘소멸 가능성 도시’를 발표했다.”
-10년 전 ‘마스다 쇼크’ 이후 거의 모든 일본 지방정부가 인구 대책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효과가 있나.
“나아진 지역이 없진 않다. 나가레야마·인자이·쓰쿠바미라이·아키타시 등에서 젊은 인구가 늘고 있다. 지난 4월 인구전략회의가 발표한 소멸 가능성 도시는 744곳이었다. 10년 전보다 다소 줄었다. 하지만 위기 상황은 여전하고 실제론 더 심각해졌을 수도 있다. 10년간 외국인 이민이 늘어, 외관상 개선된 듯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계속 내려갔기 때문에 (외국인 이민 없이) 일본의 힘만으론 아이 수를 늘리기는 어렵다.”
-일본 인구 정책의 문제점은.
“지난 10년간 지방정부들은 이주자를 서로 뺏고 뺏기는 경쟁을 했고 그 과정에 막대한 재정을 지출했다. 하지만 옆 동네에서 젊은이를 데려온다 한들, 국가의 전체 출산율은 오르지 않는다. 재정을 투입했는데 그만큼의 효과가 안 난다. 지방정부가 (이주민 유치를 통한) 사회적 인구 증가에 목매는 이유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보다 성과 내기가 쉽기 때문이다. 아이 수를 늘리거나 결혼 문제에 관여하는 정책은 매우 민감하기도 하고 어렵다.”
-도쿄·교토 같은 대도시는 어떤가.(그는 2014년에 낸 책 ‘지방소멸’에 두 도시를 ‘블랙홀 도시’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주변에서 젊은 인구를 끌어와 놓고는, 그대로 소멸시키는 도시다. 지방의 20대 젊은이들은 대도시로 많이 오는데 생활비가 비싸니 결혼을 안 한다. 설령 결혼해 아이를 낳아도 한 명이지, 두 명 이상은 어렵다. 도쿄의 신주쿠·시부야·시나가와, 교토시, (지바현) 우라야스시 등이 ‘블랙홀’이다.”
-도쿄도 인구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나.(최근 도쿄도가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단행했다. 이에 주변 지방정부들은 “그나마 사정이 좋은 도쿄가 사람을 더 빼앗아가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도쿄 주변의 지바·사이타마·가나가와현의 지사들이 특히 화났다. 도쿄한테 당했다고 한다. 예컨대 지바현의 사립고등학교에선 같은 반인데도 도쿄 거주 학생은 학비가 무료고, 지바현 거주 학생은 돈을 낸다. 돈 많은 도쿄도 입장에선 ‘도쿄의 인구’밖에 보지 않으니 (이렇게 사람을 유치하면) ‘인구 플러스’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전체로 보면 결코 도움이 안 된다. 나중에 도쿄도가 주변 지자체에 다른 정책으로 보복당할 수도 있다.”
-일본의 인구 목표인 ‘8000만명 선 지키기’가 달성 가능할까.(일본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 1억2400여 만명이다.)
“8000만명 밑으로 가라앉지 않으려면 합계출산율을 2040년 1.6명, 2050년 1.8명, 2060년 2.1명으로 올려야 한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현재 추세라면 일본 인구는 8000만이 아니라 5000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다. 고비는 2040년이다. 약 10년 전 합계출산율이 1.3명으로 내려갔던 독일은 이를 1.6까지 끌어올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전 가족담당장관(현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앙겔라 메르켈 정권 때 비판받으면서도 일관된 인구 증가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일본의 1차 목표(2040년 1.6명)는 독일 수준이다. 실패하면 그 후는 더 어렵다.”
-’국가 소멸’과 같은 최악의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을까.
“동아시아는 한국·일본·대만이 출산율이 낮다. 중국도 언젠간 그렇게 될 전망이다. 이대로 가면 정말 노인의 나라가 된다. 경제는 너덜너덜해진다. 고령화율(인구 대비 65세 이상 비율)은 40%를 넘어 50% 가깝게 올라가게 된다. 경제 성장을 얘기할 수가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겪고 나서 (국가) 소멸 단계로 향할 것이다. 이런 지경이 되면 젊은이들은 한국·일본에서 태어나도 다른 나라의 고등학교·대학으로 떠나고 소멸에 박차가 가해진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 한국은 목표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한국은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 한국인이 위기임을 아는 것이 시작점이다. 10년 전 일본에서 ‘소멸 가능성 도시’를 발표했듯이 눈에 보이는 충격이 필요하다. 솔직히 한국이 당장 1.2나 1.6을 목표로 삼는 건 어렵지 않을까. 일단 합계출산율 1.0이라도 해봐야 한다. 중앙정부·지방정부·기업·노동조합 등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정부 혼자서는 무리다.”
☞마스다 히로야
1951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쿄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7년부터 건설성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1995년 이와테현 지사(도지사 격)에 출마해 2007년까지 3선을 했다. 2007~2008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1차 내각과 후쿠다 야스오 내각에서 총무대신 등을 지냈다. 2014년 일본 지자체 1799곳의 인구 추이를 조사한 후 ‘소멸 가능성 도시’ 896곳 명단을 발표해 이른바 ‘마스다 쇼크’를 일으켰다. 같은 해 이런 경고를 담아 책 ‘지방소멸’을 냈다. 2020년부터 우리나라의 우정사업본부 격인 일본유세(郵政) 최고경영자(CEO)로 일하고 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