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방관들이 훈련 중인 모습/사이타마현 소카시 야시오 소방조합

말동무 필요해 부르고, 약속 장소 가는데 택시처럼 부르고…. 일본의 한 지방 도시가 잇따르는 119 신고 남용에 결국 칼을 빼들었다. 긴급하지 않은 상황에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이송되면 약 7만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일본 미에현 마쓰자카시가 구급 이송됐다가 ‘긴급성이 없었다’는 의료진 판단으로 입원하지 않은 환자에게 이달부터 인당 7700엔(약 7만원)을 징수하기로 했다고 NHK 등이 보도했다. 인구 15만 마쓰자카시에선 지난해 구급차 출동 건수가 1만6180건으로 2년 연속 최다를 기록했다. 재작년 시 자체 조사에선 구급 이송 환자 중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경증 사례’가 56.6%였다. ‘구급차 유료화’ 정책은 이러한 사례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시와 병원, 소방 당국 판단에 따라 지난 1월 결정됐다. 대상 병원은 365일 24시간 체제로 입원이나 긴급 수술이 필요한 중증 환자를 받는 이른바 ‘2차 응급’ 시스템을 갖춘 곳으로 우선 한정됐다.

일본 언론들은 119 신고 남용으로 인한 구급 의료 공백이 마쓰자카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국 구급차 출동 건수는 760만건으로 마쓰자카와 같이 2년 연속 최다였다. 신고 이후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평균 시간은 10.3분으로, 사상 처음으로 10분을 넘겼다. NHK는 “심정지 환자는 구명 조치 없이 10분을 넘기면 생존율이 극히 줄어든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구급차를 부르는 국민의 ‘마음의 벽’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건강 민감도가 올라 사소한 증상도 119에 신고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아이치현 도세이병원에선 최근 구급 이송된 환자 중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이의 비율이 60%에 달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열이 나기만 해도 걱정된다며 구급차를 타고 온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 ‘위급 환자가 신고를 망설이다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마쓰자카시 관계자는 “징수 대상은 모든 신고자가 아니며, 입원하지 않은 환자에 한해 긴급성이 있었는지 의료진이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치하라 도시히코 도세이병원 구명구급센터장도 “모든 환자를 받고 싶지만 이러한 사태가 계속되면 중증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 온다”며 “(환자들이) 구급차 외의 내원 방법을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구급 구조 전문가 시마자키 슈지는 아사히신문에 “징수책에 부담을 느끼는 시민도 있겠지만 (구급 의료 공백은)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임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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