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일본 총리./AP 연합뉴스

일본의 집권 여당인 자민당 지지율이 역대 최저(最低)로 추락했다. 민주당에 정권을 뺏겼던 2009년보다도 더 낮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역대 최약체로 추락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중의원(하원) 해산’과 ‘조기 총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 입장에선 자신이 여론에 현저하게 불리한 상황에서 국민에게 재신임을 물을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일각에선 그가 총리 연임을 위해 ‘막판 승부수’를 던지는 시나리오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보고 있다.

17일 아사히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의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5%포인트 떨어진 19%를 기록했다. 2001년 이래 최저 지지율이다. 과거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재임 시절(2012~2020년) 자민당의 지지율이 25~45%였던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자민당 역사상 최저 지지율 기록도 깨졌다. 지난 2009년 아소 다로 전 총리 시절 20%를 기록하면서 당시 자민당이 총선에 패배해 민주당에 정권을 내줬던 때보다 지지율이 더 떨어진 것이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이때를 놓칠세라, 오는 19일 기시다 총리와 일대일 ‘당수(黨首) 토론’을 열고 중의원 해산을 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수 토론은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대표(총재)와 주요 야당 대표가 국회에서 45분 동안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TV로도 생중계된다. 이때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대표가 26분간 기시다 총리와 일대일 토론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헌민주당 이즈미 대표는 “당수 토론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엉망이 돼 버린 정치개혁안을 이대로 둘 것인지 묻겠다”면서 “집권당 신임을 국민에게 재차 묻는 중의원 해산도 요구하겠다”고 했다. 입헌민주당은 19일 내각불신임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당수 토론에서 중의원 해산이 결정된 전례는 있다. 2012년 노다 요시히코 총리(민주당)가 당시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와 토론 도중 “중의원을 해산하겠다. (국민의 뜻이 뭔지) 한번 해보자”고 했었고, 이후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렀다. 이 선거에서 민주당은 자민당에 패하면서 정권이 바뀌었다.

올해 당수 토론에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그러나 그리 높지 않다. 지지율이 현저하게 낮은 상황에서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자민당 의원들이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르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 치러진 보궐선거 세 곳 모두 이미 입헌민주당이 전승(全勝)한 상태다.

중의원 해산은 다만 기시다 총리의 권한이다. 헌법상 형식적으론 일본 천황이 중의원을 해산하지만, 실질적으론 내각 총리가 요청하는 형태다. 해산하면 40일 이내에 총선거를 치른다.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총재 재선과 총리 연임은 수월해질 수 있다.

지지율이 최악이라곤 하지만 여전히 선거를 치르면 자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도 크다.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야당 지지율도 그리 높진 않았기 때문이다. 입헌민주당이 8%였고, 일본유신의 회(3%), 공명당(3%), 공산당(3%), 국민민주당(2%), 레이와당(2%)의 지지율도 낮은 편이었다. 대신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무려 60%에 달했다. 다만 ‘지금 투표한다면 어느 정당에 표를 주겠나’는 질문에 대해선 자민당(24%)을 택한 응답자가 입헌민주당(19%) 쪽보다 조금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