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웨이보 등 중국 대형 인터넷 기업들이 최근 ‘반일(反日)’을 조장하는 글을 삭제하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극단적인 민족주의나 중·일 대립을 조장하는 여론을 경계하기 위해 이런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중국의 팽창주의를 가장 강하게 비판해온 나라가 일본이기 때문에 ‘반일 글’ 삭제 조치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 최대 메신저앱인 ‘위챗’ 등을 운영하는 텐센트는 29일 “중국 장쑤성(省) 쑤저우시(市)의 사건과 관련해 일부 네티즌들이 중·일 대립과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극단적인 글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텐센트는 공지 글과 함께 약 60개 계정에 대해 이용 금지 조치를 취했고 문제가 된 글들을 삭제했다.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도 30일 일부 계정을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닛케이신문은 “중국판 엑스(구 트위터)인 웨이보와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이즈를 포함, 중국의 주요 SNS 서비스 업체들이 24~30일 사이에 일제히 반일 글에 대해 똑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삭제되는 글들은 지난달 24일 중국 쑤저우시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일본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당시 일본인학교의 스쿨버스 정류장에서 한 중국인이 일본인 모자(母子)를 칼로 찌르고 난동을 부린 사건이다. 일본인은 치명상을 입지 않았지만, 스쿨버스 안내원이던 중국인 여성이 난동을 막다가 칼에 찔려 사망했다. 중국 SNS에는 “죽은 중국인 안내원은 실은 일본의 스파이다” “일본 (스파이)를 처단한 중국인은 현대의 의화단이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모든 일본인학교를 중국 땅에서 없앨 것이다”라는 선동 글과 가짜 뉴스들이 올라왔다. 의화단은 청조 말기에 외국인을 배척했던 비밀결사 조직이다.
중국 정부는 반일 여론과는 별개로, 흉악범을 영웅시하고 외국인을 무조건 배척하는 극단적 민족주의 확산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유명 논객 중 한 명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웨이보에 “이번 조치는 중국 당국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 틀림없다”며 “모든 인민은 이 강한 시그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