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오후 일본 오사카시 인근의 인공섬 ‘유메시마’. 높이 20미터의 목재 기둥 수천개 이상이 끝도 없이 이어지며, 원형의 거대 건축물을 구성하고 있었다. 높이 12~20미터에 폭 30미터인 거대한 원형 링은 둘레가 2㎞다. 원형 건축물로 유명한 미국 애플 본사(둘레 1.6㎞)보다 훨씬 큰 이 ‘오오야네링’은 완공되면 세계 최대 목재 건축물로 등재된다. 거대 원형 링 주변엔 대형 크레인 40~50대가 부산히 움직이고, 링 안에서도 덤프트럭과 포클레인 수십대가 오갔다. 전시관 건물 공사가 한창인 모습이다. ‘세~노’(우리말로 영차라는 의미)라는 일본인 근로자들의 외침 소리도 잇따라 들려왔다.
이곳은 내년 4월 13일 개막하는 ‘2025년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이하 오사카 엑스포)’의 건설 현장이다.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을 주제로 열리는 오사카 엑스포는 개막 기간 6개월 동안 관람객 2820만명이 찾아오고, 최대 3조3667엔(약 29조원)의 경제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빅 이벤트다. 하지만 일본에선 기대는커녕, ‘오사카의 동네 잔치’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년에 한 번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는 엑스포가 일본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이다.
일본에선 오사카 엑스포 티켓 사전 판매가 시작된 지 20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대치 이하다. 지난 4월 기준 판매량은 사전 판매 목표(1400만장)의 9%에 불과했다. 그나마 기업이나 오사카 주변에서 집중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에 사는 40대 여성 미사와씨는 “주변에 오사카 엑스포 가겠다는 지인은 한 명도 없다”며 “대화 주제로 오사카 엑스포가 등장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일본 기업들에 사전 판매 티켓 700만장을 떠안기는 방안이 등장했다. 사실상 강매에 들어간 것이다. 올해 4월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선 ‘개최 반대’가 45%로, ‘개최 찬성(47%)’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 들뜬 분위기는커녕, ‘엑스포를 취소하자’는 여론이 비등한 것이다.
여기에 ‘건설 비용 증가’도 주최 측을 옥죄고 있다. 당초 박람회장 건설 비용은 1250억엔(약 1조700억원) 예상이었다가 지금은 2350억엔(약 2조200억원)이 돼 2배 정도에 달한다. 이 돈은 일본 경제단체와 중앙정부, 오사카가 3분의 1씩 분담한다. 오사카 시민 입장에선 단순 계산으로 1인당 2만엔 안팎의 건설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여기에 엑스포의 꽃인 ‘외국의 독립 전시관(파빌리온A)’도 축소될 조짐이다. 당초 외국 독립 전시관은 60국을 예상했지만, 인도·멕시코·에스토니아·이란·파키스탄 등이 포기 의사를 주최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포기 국가가 나올 가능성도 여전하다. 건설비 급등 탓에 아예 오사카 엑스포에 불참하거나, 일본이 지은 공동 부스 건물에 일부만 전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도 일본 중앙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본래 오사카 엑스포는 오사카 시장과 시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보수 야당 유신회가 추진했다. 유신회에 밀려 오사카에선 지리멸렬 수준이 된 집권 여당 자민당의 입장에선 정치적인 계산만 따지면 엑스포가 실패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작년 12월 도쿄에서 열린 ‘개막 D-500일 행사’에 참석 않고 축사만 보냈고, 건설 비용과 관련해서도 “추가 증액은 없다”고 하고 있다. 최근엔 일본 전시관의 건설 비용 삭감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