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편의점에 진열된 일본 맥주들/뉴시스

일본에서 값싼 술에 밀려 저조했던 맥주 판매량이 폭염과 정부의 감세 정책에 힘입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사히·기린·산토리·삿포로 등 일본 4대 주류 기업은 올 상반기(1~6월) 맥주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7% 늘었다고 전날 발표했다. 같은 기간 ‘맥주계 음료’ 전체 판매량이 2% 감소한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일본의 맥주계 음료는 맥주·발포주·제3맥주로 나뉜다. 원료의 맥아 함량이 50% 이상이면 맥주, 50% 미만이면 발포주, 맥아가 아닌 대두·옥수수 따위를 원료로 하면 ‘제3맥주’로 분류된다. 이 중 맥주에 대한 세율이 가장 높다. 가격도 수퍼마켓·편의점에서 다른 맥주계 음료보다 100엔(850원·350㎖ 1캔 기준) 정도 비싸다. 발포주와 제3맥주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세계적인 불경기가 닥친 2008년을 기점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갔다. 2009년 상반기엔 맥주계 음료 중 맥주의 점유율이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일본 주류업체 기린이 지난 4월 17년 만에 출시한 신상 맥주 ‘하레카제(晴れ風·맑은 바람)’.

하지만 올 상반기 맥주가 약 15년 만에 과반을 되찾았다고 산케이 등이 전했다. ‘반전의 계기’론 정부의 주세 조정 조치가 꼽힌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맥주 주세를 350㎖당 6.65엔 낮추고 제3맥주 주세를 9.19엔 올렸다. 오는 2026년까지 맥주계 세율을 단계적으로 통일하겠다는 방침이다. 맥주 제조사들은 이에 맞춰 신제품 출시에 주력했다. 아사히는 지난 3월 생맥주처럼 마실 수 있는 ‘수퍼드라이 생맥주’를 출시했다. 4월엔 기린이 17년 만에 신상품 ‘하레카제(晴れ風·맑은 바람)’를 선보였다.

일본 주류업체 산토리가 최근 2인조 가수 요아소비와 협업해 출시한 캔맥주.

이상 기후도 맥주의 귀환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맥주 매상은 더울수록 올라간다. 지난달 후쿠시마 등 일부 지역에 최고기온 섭씨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닥치면서 ‘맥주 대목’도 덩달아 앞당겨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언론은 기상청을 인용해 “올여름은 평년보다 폭염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돼 각 기업도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감세 조치에도 아직 맥주와 제3맥주의 판매 가격은 40엔가량 차이가 나고, 식품류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 소비자가 다시 맥주 소비를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망했다. 주류업계에도 “소비자들의 절약 욕구가 뿌리 깊은 상태라 맥주 판매량은 언제든 다시 감소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퍼져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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