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에 신제품으로 등장한 펜탁스 시리즈./리코 홈페이지
21년만에 신제품으로 등장한 펜탁스 시리즈./리코 홈페이지

일본의 유명 필름 카메라 브랜드 펜탁스가 21년 만에 신제품을 내놓았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에 밀려 사라졌던 필름 카메라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어서라는 분석이다. 일본 언론도 “전통의 필름 카메라 펜탁스가 젊은층의 레트로(복고) 열풍을 배경으로, 필카 본연의 매력을 새롭게 보여주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의 유명 사무기기 제조사인 리코는 필름 카메라 신제품 ‘펜탁스 17′을 12일 출시했다. 펜탁스 이름으로 신제품을 내놓은 건 2003년 4월 이후 21년 만이다.

단초점렌즈를 탑재한 펜탁스17은 ‘찰칵’ 소리가 나게 한 컷 찍은 뒤, 예전 카메라처럼 필름을 수동으로 감아줘야 한다. 촬영 모드를 바꿀 때도 다이얼을 돌려 수동으로 맞춰줘야 한다. 1980~1990년대 필름 카메라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첨단 기술도 적용했다. 예전엔 사진 한 장 찍을 때마다 필름도 한 장씩 소모됐지만, 펜탁스 17은 그 절반의 필름만 쓴다. 예컨대 예전에 썼던 36장 촬영 필름을 넣어도, 72장을 찍을 수 있다.

주로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젊은 고객 감성에 맞춰, 스마트폰처럼 세로로 긴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빛의 세기를 스스로 파악, 노출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대박’ 조짐도 벌써부터 보인다. 이 신제품의 한 대당 가격은 보통 8만8000엔(약 75만원)에서 10만7000엔. 신제품은 지난 달 중순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했지만, 이미 예약이 쇄도해 현재 두 상품의 판매도 임시로 중단됐다.

1919년 설립된 펜탁스(창업 당시는 아사히광학)는 1952년 일본 최초로 일안 반사식(SLR) 필름 카메라를 내놨고 이후 일본 미놀타, 캐논, 니콘 등이 SLR 시장에 진입해 일본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00년대부터는 그러나 디지털카메라가 급부상, 필름 카메라 인기도 빠르게 감소했다. 펜탁스는 2007년 일본 유명 광학기기 회사 호야에 팔렸고, 2011년엔 리코로 되팔리며 명맥을 겨우 유지하기도 했다.

최근엔 그러나 필름 카메라 판매가 다시 ‘복고 바람’을 타고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1~5월 일본 내 디카 출하 대수는 약 301만대. 작년 같은 기간보다 9% 정도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