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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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듯한 불볕더위는 한국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본에선 지난달 후쿠시마 등에 최고기온 섭씨 35도를 웃도는 때 이른 폭염이 닥쳤습니다. 일본 기상 당국은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올여름 폭염이 평년보다 극심할 것이라고 예보 중입니다.
요즘 같은 폭염철이면 지역·기상 당국은 시민들에게 ‘충분한 수분 섭취’를 권장합니다. 땀으로 인한 수분 손실량이 많아지는 만큼, 탈수를 피하기 위해 충분한 물을 마셔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최근 일본의 한 중학교가 ‘수업 중에 물을 마셔선 안 된다’는 교칙을 발표해 논란입니다. 일본 사이타마현 오케가와시에 있는 한 시립 중학교는 올 4월 교칙 개정안을 발표했는데, “원칙적으로 수업이나 시험 중에는 물을 마시지 않는 것을 규정으로 한다”고 명기한 것입니다. ‘냉방 기능으로 적절한 실온이 유지되고 있기에 수업 중엔 교사나 다른 학생의 발표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학부모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은 당연하게도 ‘말도 안 된다’는 반응입니다. 장마철을 앞두고 역대급 폭염인 와중에, 이해할 수 없는 교칙이 어린 학생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거죠.
게다가 이 학교는 지역 당국으로부터 ‘학생들이 충분한 수분 보급을 할 수 있도록 하라’는 권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오케가와시 교육위원회는 최근 “(아이가) 열사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 “몸이 안 좋아도 물을 마실 수 없게 하고 있다”는 등의 학부모 민원이 잇따르자 지난달 24일 학교 측에 이런 통지서를 보냈다고 하죠.
결국 학교는 “교사가 얘기하는 동안은 마셔선 안 된다”고 교칙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시 교육위가 이달 초 지역 초·중학교들에 ‘학생들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게끔 하고 있는지’ 전수조사하자, “문제없이 물을 마시게끔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학교에 다니는 한 13세 남학생은 “수업 중엔 기본적으로 선생님이 계속 이야기를 한다. 어느 타이밍에 물을 마셔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학부모와 시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교칙 자체를 철폐하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중이라고 합니다.
키타무라 후미코 오케가와시 시의원은 “학생들 몸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는 교칙은 폐지해야 한다”고 직접 학교를 비판했습니다. 다른 시의원들도 “컨디션에 따라 물을 마셔야 하는 타이밍엔 개인차가 있는데, 그 타이밍에 제한을 두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 된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학교 교감은 마이니치 인터뷰에서 “교내 결정에 따른 교칙이므로 대답을 삼간다”며 선을 그었다고 합니다. 이후 시 교육위가 지속적으로 해당 학교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힌 상황으로, 논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사이타마현에서 학생들의 수분 섭취를 막는 교칙이 논란이 됐다면, 이 지역과 인접한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는 최근 학생들에게 ‘힙합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도쿄 치요다구 구립 코지마치(麴町)중학교는 지난해 댄스 동아리 학생들에게 “올해 축제부턴 힙합 춤을 위한 장소를 마련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고 합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중학교 댄스부는 최근 몇 년간 매년 5월 열리는 체육제, 10월 열리는 문화제에서 ‘힙합 댄스’를 선보여 왔습니다. 공연을 위해 부원들은 주 2회씩 전문 강사로부터 지도를 받아왔다고 하죠.
그런데 대뜸 학교 측이 “힙합은 안 된다”고 나선 것입니다. 소식을 접한 댄스 동아리 부원 20여 명은 울먹이며 “힙합을 추고 싶다”고 호소했지만,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사히의 설명입니다. 수개월 연습한 무대를 선보일 장소가 사라져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이 많았다고 40대 학부모는 말했습니다. 결국 학생들은 올해 축제 참여를 취소하고, 앞으론 ‘힙합’이 아닌 ‘창작’ 댄스를 연습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같은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이 학교에 항의하면서, 1년 중 첫 번째 학기에만 주 1회씩 힙합 댄스 연습을 하는 것이 허용됐습니다. 1학기가 끝나면 자체 훈련도 불허한다는 이 교칙에 동아리를 퇴부하는 학생들이 속출했다고 합니다.
이 학교 교장은 “댄스 동아리는 기본적으로 운동 동아리이므로, 일본 중학교 체육 연맹 대회 출전을 목표로 해야 한다. 방침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힙합은 연맹 대회 종목이 아니라서 공연뿐 아닌 연습도 허가할 수 없다는 거죠.
학부모들은 결국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자발적 참가에 의해 행해진다’고 적혀 있는 지역 당국 가이드라인을 들며 지역 교육위에 항의서를 제출했습니다. 46명이 이름을 올렸으며, 항의서엔 “힙합 댄스 장소를 박탈당해 학생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적혔다 합니다. 중학교 댄스부 활동을 두고 학부모들이 단체 행동에까지 나선 이례적인 사태입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에선 2012년 ‘춤’이 중학교 보건·체육 필수 학습 대상에 포함됐다고 합니다. 이 자료엔 창작춤, 포크춤과 함께 힙합춤 역시 사례 중 하나로 언급돼 있습니다.
난데없는 ‘힙합 금지령’엔 전문가들 역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소다 미츠코 사이타마대 교육학부 교수는 아사히에 “학생 의사는 무시하고 교사의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위”라며 “학생들의 학교 기피 현상이 되려 심화할 수 있다”고 아사히에 말했습니다.
일본 전국 스포츠 정책을 총괄하는 스포츠청(庁) 지역스포츠과 담당자도 “대회 출전이 목표라면 (학생들이 나갈 수 있는) 힙합 대회도 있는데, 왜 연맹 대회를 고집하는지도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선 학교의 결정을 옹호하는 반응도 나옵니다. 한 네티즌은 “비판을 각오하고 말하지만, 의무 교육과 학생 개개인 취미는 구별돼야 한다”며 “힙합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학교 동아리가 아니어도 할 수 있다. 구립 중학교 동아리 활동비엔 세금이 쓰인단 점에서 교칙 이상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일본 유명 래퍼인 료후 카루마(41)씨는 지난달 X(옛 트위터)에서 “힙합은 기본적으로 비행(非行)이다. 부모나 학교의 백업 아래 하려고 해선 안 된다”며 “그렇지 않은 힙합도 일부 있지만 기본적으론 부모, 교사로부터 숨어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7월17일 47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은 ‘황당 교칙’으로 논란이 된 일본 중학교들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다음 주에도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45~46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세계 최대 경제권’ 도쿄도지사 선거 프리뷰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7/03/TD6ZWGESFRCB7FX4KT3TZJ4SNQ/
‘조선침탈 가담’ 日 1만엔권 인물 후손들이 한국에 남긴 말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7/10/7Q6J55PIKBFULPPZ3SVPO3PB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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