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전력 직원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기자들에게 방사능 오염수 방류 시설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 /교도 연합뉴스

일본 도쿄전력이 22일 원전 사고가 난 지 13년 만에 핵연료 잔해(데브리)의 반출을 처음으로 시도했다가 곧바로 중단했다.

22일 일본 NHK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2호기에서 핵연료 잔해를 꺼내기 위해 반출 장치를 설치하던 도중, 실수를 발견하고 작업을 중단했다. 당초 도쿄전력은 약 22m의 신축형 파이프를 배기관을 통해 원전 내부에 집어넣어, 파이프 끝에 있는 손톱 형태의 장치를 활용해 핵연료 잔해를 꺼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 탓에 본작업에 착수하지 못한 채 중단됐다. 도쿄전력은 현재 문제의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 재(再)시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도쿄전력의 고바야카와 도모아키 사장은 “안전을 최우선한다는 방침에 따라, 사소한 우려에도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고 중단한 것”이라며 “핵연료 잔해의 시험 채취는 앞으로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며, (이번 중단 사태의) 원인을 조사한 뒤 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1~3호기에는 2011년 사고 당시에 녹은 핵연료와 주변의 구조물이 엉켜붙은 핵연료 잔해 약 880t이 바닥에 깔려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전력은 당초 2021년부터 핵연료 잔해를 반출할 계획이었지만 장비 문제 등으로 3차례 연기했다. 핵연료 잔해는 극도로 높은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인간이 근접할 수 없다.

이날은 특별 제작한 신축형 파이프를 활용해 3g 이하의 핵연료 잔해 소량을 빼내는 시험 채취였다. 도쿄전력은 당초 시험 채취한 핵연료 잔해의 성분과 경도 등을 분석해 본격적인 반출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일본 정부는 2051년 후쿠시마 원전을 폐기할 방침이지만, 핵연료 잔해 반출이 계속 지연된다면 원전을 완전히 닫는 폐로 시기는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