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왼쪽)과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전 간사장. /AFP 연합뉴스·조선일보 DB

올해 자민당 총재 선거는 고이즈미 신지로(43) 전 환경상이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67) 전 간사장, 고노 다로(61) 디지털상, 모테기 도시미쓰(68) 간사장, 하야시 요시마사(63) 관방장관, 고바야시 다카유키(49) 전 경제안보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63) 경제안보담당상 등이 혼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번 총재 선거에는 역대 최다인 10명 안팎이 입후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만 보면 고이즈미와 이시바의 양강 구도다. 둘 다 20%대 지지율을 보이며 10%에도 못 미치는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자민당 총재 선거의 독특한 방식 때문에 각 후보는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한 뒤 막판 대역전하는 시나리오를 노릴 수 있다. 국회의원과 당원, 당우(당을 후원하는 정치단체 회원)가 투표하는 1차 투표는 여론에 크게 좌우된다. 여기서 과반이 안 나오면 1·2위가 결선 투표를 한다. 자민당 국회의원(현재 367명)과 47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이 투표권을 갖기 때문에 여론의 반영 비중이 확 줄어든다. 1차 투표에서 탈락한 8~9명 후보 진영에서 국회의원 표를 2위에 몰아주면 역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여론조사대로 1차 투표에서 고이즈미·이시바가 각각 1·2위가 될 경우 결선에선 고이즈미가 상당히 유리하다. 두 후보 모두 ‘무(無)파벌’이라서, 소속 파벌의 조직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동일한 조건이다. 게다가 이시바는 ‘자민당 의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없는 후보’로 통한다.

무파벌 의원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강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고이즈미를 공개 지지했다. 모테기파의 수장인 모테기 간사장은 1차에서 탈락하면 결선에선 고이즈미에게 국회의원 표를 몰아줄 것으로 보인다. 모테기는 지난달 20일 스가 전 총리와 저녁 식사를 한 뒤 기자들에게 “일본의 미래에 대해 매우 좋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아소파를 이끄는 아소 다로 부총재도 결선에 고이즈미와 이시바가 올라가면 고이즈미를 지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은 해산했지만 가장 많은 의원을 보유했던 아베파가 결선 투표 때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들 수도 있다. 아베파에 속했던 젊은 의원들은 강경 보수 성향의 고바야시 다카유키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고바야시가 또 다른 강경 보수 후보인 다카이치 사나에와 막판에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 결선 투표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각 후보 진영 간 합종연횡 논의가 이미 물밑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