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궈마오의 한 고급 해산물 요리 전문점./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중국 정부가 지난해 8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를 계기로 전면 중단했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를 둘러싼 양국 갈등이 1년여 만에 봉합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20일 “양국은 최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에 관해 여러 차례 협상했고, 향후 수산물 수입의 점진적 재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관할로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의) 해양 방류 핵심 과정을 포괄하는 장기 감시 활동을 실시하고, 중국 등 모든 이해 관계국들이 독립적 시료 채취와 분석에 참여하는 데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합의에 따라 중국이 채취하는 시료에는 후쿠시마 원전 앞의 바닷물과 방류 전의 오염 처리수 등이 포함된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중국이 일본 오염 처리수의 시료 채취·감시 활동에 참여하는 조건을 달고 제재 해제를 약속한 것이다.

중국이 일본 수산물 수입 재개를 결정한 것은 외교 압박의 효과가 미미하고, 자국 수산물 유통의 불편이 가중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 수산물 수출액(약 3조5000억원·2022년) 가운데 중국(홍콩 포함)이 차지하는 비율은 42%로 압도적이지만, 일본 어업의 경제 규모는 일본 GDP(국내총생산)의 0.12%에 불과해 치명상을 가하기 어렵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는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일본에 대한 외교 압박 카드로서 불만의 메시지를 전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고 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가 오히려 중국에 해가 된 측면도 있다. 우선 일본에서 반중(反中) 정서가 확산됐다. 지난 2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일본인의 약 90%가 중국을 위협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영국 BBC는 “중국은 제재(수산물 수입 금지)가 장기화되면 일본 정치권에서 중국을 겨냥한 안보 정책 강화 목소리가 나올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내수 시장의 수산물 조달에도 불편이 커졌다. 중국의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단한 직후인 작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중국의 전체 수산물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감소했고, 일본 수산물을 대체하기 위해 인도·아르헨티나 등에서 수입이 크게 늘었다. 특히 중국이 주로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온 가리비의 중국 유통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중국에서 일본 오염 처리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작아졌다. 올해 1월 일본 유명 회전 초밥 체인인 ‘하마스시’가 베이징에서 오픈해 큰 인기를 끌었고, 지난달 문을 연 ‘스시로’의 베이징 매장은 대기 시간이 10시간에 달했다.

다음 달 퇴임을 앞둔 기시다 총리가 일부 양보를 결정하면서 양국 협상이 탄력을 받은 측면도 있다. 기시다는 이날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통화하고 IAEA의 감시 활동에 중국을 참여시키는 데 합의했다. 일본이 오염 처리수 시료 채취 등 감시 활동에 중국의 참여를 허용하는 대신,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는 방안으로 양국이 해법을 찾은 것이다.

중국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가 시작되면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전면 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직접 오염 처리수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시료 채취를 허용하라고 요구해왔다. 반면 일본은 중국에 자국 수산물의 수입 재개를 촉구하면서도 독자 시료 채취 요구에 대해서는 ‘주권 침해’라며 거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IAEA가 마련한 오염 처리수 감시 체제 안에 중국이 들어오는 방식을 택해 ‘주권 침해는 허용 못 한다’는 명분은 살리면서도 중국에는 실질적인 독자 조사권을 부여했다. 앞서 아사히신문은 “양국은 올 1월부터 처리수를 담당하는 관계자들끼리 물밑 협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직후 후쿠시마 등 8개 현 수산물 일부의 수입을 금지했고, 2013년 9월엔 해당 지역의 수산물 전체로 수입 금지 대상을 확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오염 처리수 방류 이후 추가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진 않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일본의 오염 처리수 방류 이후 주기적으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전문가를 후쿠시마에 파견해 일본 측 방류 절차를 감시하고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원안위는 현지 감시 활동과 별도로 국내 해역의 바닷물을 채취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고, 국내에 수입되는 수산물과 국내 입항하는 선박에 들어 있는 평형수에 대한 방사능 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가 시작된 뒤 이 검사들에서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능 수치가 나온 적은 없다고 정부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