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위로 석패한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새로 선출된 이시바 총재 체제하에서 요직에 기용될 전망이라고 NHK가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7일 자민당 총재선에서 당선된 이시바 시게루 전 당 간사장은 이날 오전 도쿄 아카사카에 있는 의원 숙소에서 당 임원 인사를 조정했다. 오는 30일 새 당 집행부가 출범하는 가운데, 이시바는 관계자들과 통화에서 “고이즈미가 선대위원장 등 선거 관련 실무를 맡아줬으면 한다”고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시바는 내달 1일 임시국회에서 102대 총리로 임명된 뒤 가능한 한 빨리 중의원을 해산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민당은 통상 새 총리가 나오면 ‘민심을 묻겠다’는 취지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른다. 총선거는 오는 10~11월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이끌 당 책임자로 고이즈미를 낙점하겠다는 것이다.
고이즈미도 총재선 결과가 나오고 “의원·당원 지지로 뽑힌 이시바 신임 총재를 뒷받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해나가겠다”고 했다. NHK는 “이시바는 의원들 지지를 얻었던 고이즈미를 기용해 당내 융화를 꾀하고, 그의 높은 인지도를 살려 자신의 정권 운영에도 박차를 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고이즈미는 자민당 총재선 1차 투표에서 136표를 획득,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181표)과 이시바 전 간사장(154표)에게 밀려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당 소속 의원표는 75표로 1위였으나 당원·당우(당을 후원하는 정치단체 회원)표에서 밀려 전체 3위에 그쳤다. 자민당 총재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없으면 1·2위만 놓고 결선을 치른다. 이시바는 결선에서 다카이치에게 21표 차 역전승을 거뒀다.
이시바는 또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도 새 내각이나 당 요직에 기용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라고 NHK는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직엔 마찬가지로 총재선 경쟁자였던 하야시 요시마사 현 관방장관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한다. 총재에 이은 ‘당내 2인자’인 간사장직엔 모리야마 히로시 현 자민당 총무회장이 임명될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졌다. 이번 총재선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 선대본부장을 맡은 이와야 다케시 전 방위상도 당 요직 하마평에 올랐다.
그간 자민당 신임 총재는 총리가 되면 자신이 속한 파벌 소속 의원들을 요직에 앉히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시바는 파벌에 개의치 않고 인사를 구상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자민당 내 파벌들은 지난해 말 불거진 의원들의 정치 자금 조성 파문으로 대부분 해산했으나 물밑에선 아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자민당 총재선에서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가 이끌던 기시다파 출신 의원들도 “결선에 가면 다카이치가 아닌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고 합의했고, 실제로 이들 표가 이시바에게 향해 그의 역전승을 이끌었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중의원 총선 일정을 두고는 산케이신문이 “자민당 내에선 ‘조기 해산’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르면 내달 27일이 투표일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권 지지율은 출범 직후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가능한 한 빨리 선거를 치러야 제1당 자리를 지키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오는 10월 중순 국회 예산위원회가 예정돼 있어 이시바가 이를 미루지 않고, 총선을 11월 10일에 치르려 할 수도 있다고 산케이는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도 “10월 27일 선거는 국회 일정 등 때문에 어려울 수 있다. 11월 10일이나 그달 24일로 하자는 의견도 당내에서 제기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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