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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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양국 전통의상 한복과 기모노를 입고 참가자들을 맞이하고 있다./뉴시스

불시에 찾아뵙는 방구석 번외(番外)통신입니다. 지지난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한일축제한마당’을 찾았습니다. 2005년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해 시작한 이 행사는 올해로 20회째를 맞았는데요. 특히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있어 한국 외교부, 주한일본대사관 등 후원사들이 평소보다 준비에 매진한 듯한 모습이 곳곳에서 엿보였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올 한일축제한마당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K팝 아이돌 걸그룹 아일릿(ILLIT)의 공연이었습니다. 행사 막바지인 오후 6시쯤 아일릿이 무대에 오르자, 6만5000여 관객 중 상당수가 일제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어요.

아일릿은 올 3월 앨범 ‘수퍼 리얼 미(SUPER REAL ME)’로 데뷔한 하이브 계열 소속사 빌리프랩 소속 5인조 걸그룹입니다. 당시 데뷔곡 ‘마그네틱 (Magnetic)’은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휩쓸었고, 앨범 초동 판매량은 38만장으로 역대 걸그룹 데뷔 음반 중 1위를 갈아치웠습니다. 일본에서도 오리콘차트 앨범 랭킹 1위를 차지하는 등 선풍적 인기를 끌었는데요.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 무대에 오른 K팝 5인조 걸그룹 '아일릿'/유튜브

한일축제한마당에 이처럼 국내 ‘거물급’ 아이돌이 초대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재작년 결성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17인조 교복·단발머리 콘셉트 댄스팀 ‘아방가르디’가 이날 행사를 위해 한국을 처음 찾았습니다. 일본국제교류기금(JF) 초청으로 이날 무대를 장식한 아방가르디와는 행사 다음날이었던 지난 23일에 강남 호텔에서 만나 인터뷰도 했는데요. 해당 기사 링크도 함께 남깁니다.

日서 온 수수께끼 소녀들, ‘똑단발 칼군무’에 기립박수 쏟아졌다 ☞ 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4/09/24/NT6HVYETMRGQ5G2NVTHG32CK3U/

지난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호텔 카푸치노에서 만난 일본 17인조 댄스그룹 '아방가르디' 멤버 '나가노' '코하나' '소노'(왼쪽부터)./장련성 기자

이날 행사에서 보고들은 이야기를 더 자세히 전해드리려 합니다. 우선 작년과 마찬가지로 양국 한일축제한마당 실행위원장을 맡은 손경식 CJ그룹 회장, 사사키 마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이 나란히 무대에 올라 축포를 터뜨렸습니다.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는 내년 4월 개최하는 오사카 엑스포의 마스코트 ‘먀쿠먀쿠’와 함께 연단에 섰는데요. 먀쿠먀쿠는 2022년 공개 당시 울룩불룩한 빨간 얼굴에 눈이 여러 개 붙어있는 외관 탓에 ‘무섭다’ ‘괴상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날 인형으로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귀여웠습니다.

미즈시마 대사는 츠게 요시후미 일본 외무성 부대신의 축하문을 대독하면서 “지난해를 기점으로 양국 관계가 안보부터 경제, 문화, 스포츠 등 다방면으로 크게 발전하고 있다”며 “오늘 많은 사람이 축제를 찾아준 것을 보니 이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내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란 기념비적 해로, 양국 국민의 교류가 더 풍성해지길 바라고 있다”며 “오늘 축제가 그 우정의 꽃을 피우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인선 외교부 제2차관 등이 무대에 올라 20회 한일축제한마당의 개막을 축하했습니다.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 연단에 올라 축하사를 읽고 있다. 미즈시마 대사 옆에는 내년 오사카 엑스포 마스코트인 '먀쿠먀쿠'가 서 있다./김동현 기자

이날 행사가 열린 코엑스 D홀엔 무려 55개 부스가 설치됐습니다. 각 부스 주최사들은 각기 다른 이벤트들로 오가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일본항공(JAL)에선 가챠(ガチャ·뽑기 게임)를 통해 모형 비행기와 볼펜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일본 국민 음료 ‘오이오차(お~いお茶)’를 생산하는 이토엔(伊藤園)은 미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오타니 쇼헤이(30)의 얼굴이 그려진 타올 등을 경품으로 내걸었는데요. 오타니는 이토엔의 글로벌 홍보대사로, 그가 홍보 활동을 시작한 올 4부터 두 달가량 오이오차 판매량은 급증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오타니의 오이오차 광고는 지난 4월 30일 본지 단독 게재를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전개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에 일본 전통 꽃꽂이 이케바나(生け花) 오하라류(小原流) 서울지부에서 마련한 체험 부스가 설치돼 있다./김동현 기자

한국 인페인터글로벌에선 니혼슈(日本酒·일본주) 시음회를 준비했고요. 일본 전통 꽃꽂이 3대 계파 중 하나인 이케바나(生け花) 오하라류(小原流) 서울지부에선 관객들이 직접 꽃꽂이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바로 옆에는 일본식 다도(茶道·차 의식) 중 하나인 우라센케(裏千家)를 배우는 부스도 있었습니다. 손경식 한일축제한마당 2024 실행위원회 회장,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친선협회중앙회 회장, 미즈시마 대사 등이 축사를 마치고 이곳을 찾아 일본 차 문화를 체험했습니다.

일본 각 지역 관광청에서 파견된 부스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오이타현 부스에선 지역 마스코트 ‘메지론’과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었고요. 후쿠시마현은 지역 향토 완구 ‘아카베코(赤べこ·빨간 소 인형)’ 장식 체험 부스를 설치했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에 일본 오이타현 마스코트인 '메지론' 인형이 전시돼 있다./김동현 기자

일본 도쿄외국어대를 다니는 카와이 아미(22)씨는 이날 한국 외교부, 일본 외무성이 공동 주최하는 일한 대학생 교류 대표단 소속으로 한일축제한마당을 찾았습니다. 부스엔 일본에 가는 한국인 여행객들을 위해 지진 등 재해 발생 시 사용할 수 있는 일본어 표현들을 배우는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카와이씨는 이날 “어린 시절 일본과 한국은 먼 나라라고만 생각했지만, 최근 미국에 교환유학을 갔다가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 서로 의지하고 친해지면서 (한국에 대한) 감정도 남달라졌다”며 “이를 계기로 일본에 돌아와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일축제한마당을 찾은 소감을 물으니, “일한관계라는 것이 내 생각보다 훨씬 긴밀하고 다양하게 맺어져 있어 놀랐다. 맞은편에 내 출신지인 아이치현TV에서 설치한 부스가 있어 놀랐는데, 알고 보니 아이치현 지역인 나고야와 한국 부산이 함께 제작한 드라마를 기념하는 것이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지난 22일 한일축제한마당이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일본 TV아이치가 설치한 부스/김동현 기자

이날 행사에는 카와이씨를 비롯한 일본인 대학생 못지않게 한국인 대학생들의 활약도 주목받았습니다. 우송대 일본외식조리학부에선 사격 통해 수제 간식을 제공했고요. 인천대 일본지역문화학과에선 학과 소모임이 총출동해 ‘버츄얼(가상) 유튜버와의 대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이번 한일축제한마당 참가를 이끌었다는 인천대 일본지역문화학과 김다빛·김경훈씨는 “오늘 부스를 준비하는 데 3개월쯤 걸렸다”며 “교수님이 먼저 참가를 제안했고, 우리 학생들도 ‘학과를 알리자’며 의기투합해 시간을 쏟았다”고 했습니다.

버추얼 유튜버 등 VR(가상현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 학과 소모임 ‘니세카이’ 회장 오영록씨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본 애니메이션, 버튜버 콘텐츠를 즐겨보는 사람은 ‘오타쿠’라고 불리며 안 좋은 시선을 받았는데 최근 한일관계 개선과 함께 이미지가 부쩍 개선됐다”며 “이젠 당당히 하나의 주류문화로 자리 잡았다. 과거 이곳 같은 부스는 이상하게 쳐다보고 지나쳤을 분들이 이제 궁금하고 흥미로워하며 질문을 하나둘씩 던지고 간다는 게 그 증거”라고 했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 폐회식 무대에 주요 초청객들이 모두 올라 있다./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한일축제한마당은 항상 올해보다 내년을 기대하게 되는 행사입니다. 오늘보다 내일 더 발전된 한일관계를 누구보다 희망하는 사람들이 준비하는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내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의 해입니다. 이 무렵 어김없이 열리게 될 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지길 바랍니다. 방구석 번외통신은 내년 9월에 한일축제한마당 기사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도쿄 타워'가 보이는 일본의 수도 도쿄의 전경/조선일보DB

9월 28일 58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은 지난 주말 서울 강남에서 열린 제20회 한일축제한마당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고정된 연재요일인 다음 주 수요일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56~57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일찍 은퇴하겠다”는 20대, “계속 일할 수 있다”는 60대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9/18/H3OGDLW4DNH7BDHZ3NTF7YJB5I/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고교생 불륜’ 다룬 드라마에 日 학부모 비판 쇄도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9/25/CO4AFWZCAZDSRG5JNVDL3DMA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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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주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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