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일본 총리인 이시바 시게루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가 이달 중의원(하원)을 해산해 27일 총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총리가 국회를 해산해 국민에게 정권의 신임을 물을 수 있다. 일본에선 1일 임시국회에서 차기 총리 투표가 진행될 예정으로, 이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제1당인 자민당의 총재인 이시바가 차기 총리가 될 것이 확정적이다.
이시바 총재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되면 바로 조각을 단행해 정권을 발족할 생각”이라며 “새 정권은 가능한 한 일찍 국민 심판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재는 차기 총리에 취임한 직후인 9일 중의원을 해산할 것으로 보인다. 일정상 15일부터 선거 운동 기간이 시작되고 같은 달 27일에 총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자민당은 이런 계획을 연립여당인 공명당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재가 조기 총선거를 선택한 배경엔 새 정권 출범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의석수로 연결하려는 정치적 판단이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자민당 총재 선거 직후인 28∼29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총재에게 기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52%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기대하지 않는다’는 30%, ‘모르겠다’는 17%였다. 자민당 지지율도 지난달보다 4%포인트 상승한 33%였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예상보다 빠른 조기 총선에 반발하고 있다.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국민에게 신뢰를 묻기 위한 판단 재료도 갖추기 전에 토론서 도망치려 한다”면서 “이것은 ‘비자금 해산’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시바 총재는 이날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임시 총무회를 열고 당 간부 인사도 단행했다. 자민당의 상징적인 2인자인 부총재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기용했고, 자민당 간사장에는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총무회장을, 총무회장으로는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을, 정무조사회장으로는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방위상을 각각 임명했다. 선거대책위원장에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을 임명했다.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를 반대했던 아소 다로 부총재는 이날 인사에서 당 최고 고문으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