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4일 국회 연설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현재 전략 환경에서 일·한 간 긴밀한 협력은 쌍방의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신임 총리가 취임한 이후 국회에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연설을 하는 게 관례다.
이날 이시바 총리는 “일·한 간에는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이 쌓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일·한 양국의 협력을 더욱 견고하고 폭넓은 것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일·미 동맹을 중심에 놓고 우호국·동지국을 늘려, 외교력과 방위력이란 두 바퀴의 균형을 잡으며 더욱 강화해 일본의 평화과 지역의 안정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동지국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이시바는 “방위력의 기반이 되는 자위관의 처우 개선이 급선무”라며 “관련 각료 회의를 설치해 조기에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외교·국방에서 기시다 후미오 전(前) 내각의 노선을 이어갈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미·일 지위협정의 개정’과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창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시바는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 기간에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의 법적 특권을 인정한 미·일 지위협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이 주도해 유럽의 나토와 같은 집단적 자위 체제를 아시아에도 만들자고 했다. TV아사히는 “이시바 내각은 ‘두 의제는 아직 준비 단계로, 전면에 내세울 상황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연설문은 약 9500자 분량으로, 2012년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한 이후 신임 총리의 연설 가운데 가장 길었다. 이시바는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납치 문제는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인도적 문제이자 국가주권 침해이며 정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모든 납북자가 하루빨리 귀국하고 북한과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이 강한 결의를 갖고 총력을 기울여 임하겠다”고 했다. 산케이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도쿄와 평양을 잇는 연락사무소 설치를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일본인 납북자 가족 모임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