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는 아소 다로(왼쪽) 당 최고고문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 /조선일보 DB

이달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2선(選)의 중의원(하원) 의원이다. 전임 기시다 후미오·아베 신조 전 총리는 10선이고 아소 다로 전 총리도 14선이다. 마흔셋의 나이로 일본 역대 최연소 총리까지 노렸던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도 5선이다.

일본에 이처럼 20~40년씩 의원을 하는 정치인이 많은 것은 다선 의원 배출에 유리한 정치 제도 때문이다. 1996년 중의원 선거 때 도입된 ‘소선거구 비례대표 병립제’는 지역구 출마 후보가 정당 비례대표 명단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비례 안정권에 들면 당선할 수 있는 방식인데, 이 제도를 활용해 많은 정치인이 의원 경력을 이어갔다.

예컨대 3년 전 선거 때 자민당 간사장이었던 아마리 아키라 의원이 가나가와현 지역구에서 입헌민주당 신인 후토리 히데시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입후보한 비례 대표를 통해 13선 의원이 됐다. 일본은 지역구 289석에다 비례대표도 176석으로 꽤 많아, 지역구 출마자는 든든한 ‘당선 안전망’을 두고 선거운동에 나서는 것이다.

이달 27일 총선의 관전 포인트는 이시바 총리가 정치적 경쟁 관계였던 아베 전 총리의 옛 파벌 소속 의원 30여 명에게 이런 안전망인 ‘중복 입후보’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인도 하나의 직업’이란 인식을 가진 일본 유권자의 성향, 세습(世襲) 정치인이 우대받는 풍토, 중의원의 경우 임기(4년) 종료 전 해산돼 새로 선거를 치르는 경우가 잦다는 점도 다선 의원이 많은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