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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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5시, 도쿄 후추시(市)에 있는 후추운전면허시험장 앞엔 이른 새벽부터 접수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져 있었습니다. FNN(후지뉴스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이날뿐 아닌 최근 일본 전국 면허시험장에 예년의 배에 달하는 응시자가 몰리고 있다고 합니다. 면허시험장 ‘오픈런(인파가 몰리는 현상)’에 나선 이들은 다름 아닌 중국인 관광객들이었습니다.
최근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 ‘외국인 면허’를 취득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고 FNN·겐다이비지네스(비지니스) 등이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이 매체들은 일본 외국인 면허 발급 제도의 ‘허점 아닌 허점’을 일제히 지적하고 있는데요.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94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맺어진 ‘도로교통에 관한 협약’(제네바 협약) 가입국 국민들은 본국에서 딴 운전면허를 일본 등 다른 가입국에서 국제면허로 손쉽게 전환해 운전할 수 있습니다. 제네바 협약 가입국은 100국 이상으로 한국도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 협약에 가입돼 있지 않은데요. 대신 일본을 찾은 중국인이 운전을 하려면 ‘외면(外免·외국인 면허) 전환’이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외면 전환은 ‘학과 시험’과 ‘기능 시험’ 등 크게 두 단계로 치러집니다. 학과 시험은 컴퓨터로 출제되는 일본 도로교통법 관련 문제 10개 중 7개 이상을 맞추면 통과입니다. 문제는 모두 이지선다로 난이도가 낮고, 중국어 등 외국어로 치르는 것도 가능해 일본 도로 규칙에 대한 숙달도를 시험하기엔 무용지물이라고 현지 매체들이 지적했습니다.
다음 단계인 기능 시험은 운전면허시험장에 마련된 전용 코스에서 약 1200m를 시험 주행하는 방식입니다. 지난해 기능 시험까지 통과한 응시자 비율은 약 30%였습니다.
제네바 협약 회원국이 아닌 중국인들은 자국에서 딴 면허를 인정받을 수 있는 나라가 약 10국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에서 딴 면허를 일본에서 외국인 면허증으로 전환하기만 해도 제네바 협약 혜택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일본에 비해 미국이나 유럽 등은 외국인 면허 취득 과정이 복잡하다고 합니다. 이에 상대적으로 간소화된 일본의 ‘외면 전환’ 시험을 치러 일본산(産) 면허를 따고, 이를 제네바 협약 가입국 국민처럼 해외에서도 쓴다는 얘기입니다.
일본 외면 전환 제도는 자국 거주자뿐 아닌 관광 비자 취득자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면허증 주소에 일본에서 잠깐 머무는 호텔 등 숙소를 기입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만 이 경우 숙소에 ‘일시 귀국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일부 호텔들은 중국인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5000엔(약 4만6000원)가량인 증명서 발급료를 무료로 홍보하고 있다고 겐다이비지니스는 지적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이 이런 ‘허점’을 지적하고 나선 건 최근 중국인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입니다. 지난 8월 31일 일본 야마나시현 인기 관광지 후지카와구치코마치에선 횡단보도를 건너던 60대 남녀 두 명이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승용차에 치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여성은 사망하고 남성은 의식불명에 빠졌습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20대 중국인으로 렌터카를 몰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29일엔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에서 운전하던 한 일본인 남성이 만취한 채 역주행하는 중국인 차량과 부딪혀 사망했습니다. 당시 중국인 운전자와 동승한 2명은 사고 직후 도주해 일본 경찰이 추적에 나섰습니다.
일본에서 중국인 운전자가 저지른 교통사고 소식이 연일 매스컴을 타면서 외면 전환 제도의 허점이 뒤늦게 도마 위에 오른 것이죠. FNN에 따르면, 중국인 운전자에 의한 국내 교통사고 수는 해마다 100건 이상씩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 중국 선전시에서 10세 일본인 초등학생이 중국인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사망한 일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경색된 상황입니다. 특히 일본인들이 중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악화해, ‘외국인 면허 제도’로 번진 논란도 당분간 일본 사회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입니다. FNN은 “해외 관광객이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외국인) 면허 취득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10월 23일 61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은 외국인 면허 취득 제도로까지 번진 일중 갈등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다음 주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59~60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신임 총리 당선에 ‘새우등’ 터진 日 최남단 가고시마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10/02/Z3VL2226BBBKVPQIWOTAUEYQ2U/
자민당 대표 원수, 이시바·아소의 ‘불편한 동거’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10/16/MMMCJQMM2RE3BCO7XCG3PIQ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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