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의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이 27일 치러진 총선에서 현재 98석이던 의석수를 148석으로 대폭 늘리며 약진했다. 진보색이 짙은 입헌민주당에 최근 취임한 노다 요시히코(67) 대표가 ‘일본공산당과 거리 두기’ 같은 다소 보수적인 노선을 타면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 민주당이 자민당에 정권을 내줄 당시, 민주당 대표이자 총리였던 노다가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부활한 것이다. 입헌민주당은 당장 자민당을 위협할 정당으로 위상이 올라갈 전망이다.

이날 총선에서 입헌민주당은 전체 의석수 465석 가운데 148석을 차지했다. 현재 의석수인 98석을 훨씬 웃도는 성과다. 입헌민주당은 과거 민주당 시절을 포함해, 2012년 자민당에 정권을 뺏긴 뒤 네 차례 선거에서 57~96석에 그쳤다. ‘세 자릿수(100석 이상)’의 벽을 넘지 못한 입헌민주당은 명색이 ‘제1 야당’이면서도, 200석 중·후반을 차지한 자민당과는 ‘양당 구도’라고 하기에도 초라한 게 현실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금의 선거 제도 아래서 일본의 제1 야당이 전체 의석수의 30% 이상을 차지한 것은 2003년 신진당(156석)과 2003년 민주당(177석) 두 차례밖에 없다”며 “민주당은 2003년의 약진을 발판 삼아, 2009년 선거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았었다”고 보도했다. 입헌민주당이 이번 총선 약진을 토대로 정권 교체에 도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일본 언론들은 ‘입헌민주당의 우클릭(보수화)’ 전략이 중도 성향 유권자를 성공적으로 끌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입헌민주당 내 가장 보수 성향 정치인으로 꼽히는 노다 대표는 3년 전 총선 때와 정반대 전략을 택했다. 3년 전엔 지역구마다 일본공산당과 후보를 단일화했다가 강경 좌파에 거부감을 느끼는 유권자의 외면에 참패했지만, 이번엔 선거 협력을 하지 않고 ‘일본공산당과 거리 두기’를 했다.

노다는 지난달 대표로 취임한 직후 의석수 98석에 불과한 입헌민주당으로선 무리하다고 여겨졌던 목표인 ‘정권 교체’를 내걸고, 집권 여당 자민당의 이른바 ‘비자금 스캔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러면서도 일본공산당을 포함한 다른 야당과는 협력하지 않고 ‘입헌민주당의 길’을 고집해 성과를 냈다. 장기 집권 중인 자민당이 싫어진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노다가 이끄는 ‘우클릭 입헌민주당’에 오히려 안정감을 느꼈다고 평가된다. 60~70대 유권자의 비례대표 선거에서 입헌민주당이 자민당을 근소하게 앞섰다는 일본 언론의 여론조사가 나오는 배경엔 이런 ‘안정감’이 컸다는 것이다.

도쿄 옆에 있는 지바현 출신인 노다 대표는 자위대의 자위관 아들이며, 명문 정치 학교인 마쓰시타 정경숙(政経塾) 1기 출신이다. 입헌민주당 정치인이지만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노다 대표는 “A급 전범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전쟁범죄자들이 아니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선이 굵은 정치를 하는 인물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国葬) 때는 민주당 출신의 전 총리로선 유일하게 참석했으며, 자민당의 요청을 받아 국회에서 아베 추도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 승리로 노다 대표는 ‘아베에게 정권을 뺏긴 총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와졌으며, 입헌민주당 내 입지도 한층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선 총리 시절이던 2011년 12월, 교토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위안부 문제로 얼굴을 붉힌 악연으로 유명하다. 이 전 대통령이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자, 노다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평화비(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것이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고, 이를 계기로 노다의 반한 성향이 강해졌다고 알려졌다. 입헌민주당의 관계자는 “노다 대표를 친한이라곤 할 수 없지만, 지금은 반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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