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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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 전철역에서 승객이 개찰구 결제기에 신용카드를 터치하고 있다./IT미디어

‘아날로그 왕국’ 일본 국민들은 전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아직 현금을 사용합니다. 한국 티머니 같은, 파스모·스이카 등 대중교통용 IC카드를 발급받아 현금을 충전해 쓰는 것이 보통입니다.

일회성으로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개찰구 앞 발권기에서 일회용 탑승권을 사야 합니다. 일본어를 모르는 외국인은 발권기 사용법도 익숙지 않아서 도쿄나 오사카 등 인기 관광지 전철역은 발권기 앞 긴 줄을 늘어서 있는 외국인들로 자주 붐빕니다.

이런 일본에서 내년 4월 개막하는 ‘오사카·간사이 국제 박람회(이하 오사카 엑스포)’를 앞두고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를 쓸 수 있는 전철역이 늘어나고 있다고 최근 NHK 등이 보도했습니다. 이번 오사카 엑스포의 슬로건 중 하나는 ‘완전 캐시리스’. 캐시리스(cashless)란 현금 없는 결제 방식을 말합니다. 오사카 코노하나구의 인공섬 ‘유메시마’에 마련되는 엑스포 회장에 현금 사용이 불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에 내년 개막하는 '오사카·간사이 국제 박람회' 홍보 포스터가 걸려 있다./AFP 연합뉴스

이러한 엑스포 정책에 발맞춰 오사카·교토·나라 등 간사이(関西·관서) 지방 철도 회사들도 전철역 개찰구에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터치식 결제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긴키닛폰철도·한큐전철·오사카메트로·한신전기철도 등 주요 4사가 지난달 29일 관할 지역 내 548개 전철역에 설치를 마쳤다고 합니다. 사용 가능한 신용카드 브랜드는 비자(VISA)와 JCB 등 6개입니다.

해외에서도 사용되는 신용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해 관광객 편의를 높이고, 사람이 몰리는 전철역 혼잡까지 줄이겠단 목적이죠. 특히 내년 개막하는 오사카 엑스포엔 2800만명의 방문객이 몰릴 것으로 전망돼 이에 앞서 미리 예상되는 혼잡을 막겠다는 것입니다.

앞서 오사카 간사이공항역과 난바역 등 노선을 운영하는 난카이전철이 일찍이 2021년 관할 노선의 절반가량인 42개 역에 신용카드 터치식 결제기를 도입했습니다. 난카이전철은 연내에 이를 87개 역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카지타니 사토시 난카이전철 이사는 NHK에 “(2021년 설치 이후) 외국인 관광객 이용률이 높은 전철역을 중심으로 창구 혼잡도가 크게 완화했다”고 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사카 엑스포 개막 직전인) 내년 3월말까지 간사이 지방 전철역 66%에 해당하는 780개 역에서 신용카드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일본 오사카 관광 명소 도톤보리. 난바역에서 도보로 5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조선일보DB

일본 사회의 해묵은 과제 중 하나인 디지털화(化)가 오사카 엑스포를 기점으로 진도를 올릴 수 있을까요. 신용카드 대기업 비자는 지난 9월 오사카에서 열린 음식 축제를 찾아 지역민들에게 생소한 신용카드 결제기를 일일이 설치했습니다. 또 다른 신용카드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도 같은 달 오사카에서 개최된 지역 소상공인 식품·잡화점 행사에서 ‘캐시리스 결제’를 홍보했습니다. “(캐시리스 결제의) 성공 사례가 쌓일수록 현금 없는 사회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현지 매체들의 진단입니다.

도쿄·오사카에 이은 일본 ‘제3의 도시’로 꼽히는 나고야에도 최근 신용카드로 승차할 수 있는 대중교통 결제 시스템이 시범 도입됐습니다. 이를 주도한 나고야철도 측은 지난달 TV아이치에 “해외에서 찾아준 관광객 등 (대중교통용) IC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은 분들이 편하게 철도를 이용할 수 있게끔 하고 싶다.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개찰구를 계속해서 늘려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일본판 주민등록증 '마이넘버카드'를 신청하고 있다./연합뉴스

중앙 정부도 ‘디지털 사회’ 실현을 위해 신발끈을 조여 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마이넘버카드’ 사업입니다. 2016년 도입된 개인을 식별하는 통합 신분증인데요. 한국 주민등록증 격입니다.

일본 정부는 아날로그 시대를 벗어나기 위해 마이넘버카드 전 국민 보급을 역점 사업으로 삼아 왔습니다. 건강보험증, 운전면허증 등 흩어진 국민 정보 체계를 한데 통합해 다른 디지털 정책들도 순조롭게 추진하겠단 취지죠.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보급률은 저조했습니다. 아직 10명 중 2명은 사용은커녕 발급도 안 받았습니다.

일본 건강보험증. 내달(2024년 12월)부터 한국 주민등록증 격인 '마이넘버카드'와 통합된다./manekomi.tmn-anshin.co.jp

이에 정부는 올 12월부터 건강보험증을 마이넘버카드와 일체화한 이른바 ‘마이넘버 보험증’ 제도를 개시하기로 했습니다. 의료기관에 가려면 건강보험증을 챙겨야 하는데, 이를 마이넘버카드로 대체해 보급률을 높이겠단 목적입니다. 내달부터 1년 동안은 시범 운영 기간으로 기존의 보험증도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엔 마이넘버카드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사실상 발급이 ‘의무’가 되는 겁니다.

현금, 팩스, 도장 등 아날로그 사회에 정체된 일본이 ‘디지털 후발대’로서 얼마만큼 속도를 붙일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주목 포인트입니다. 일본 국민들은 갑작스런 디지털화를 마냥 반기고 있지만은 않아서, 정부 등 당국이 이들을 어떻게 설득해나갈 것인지가 관건이죠. 당장 오사카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도톤보리로 가는 길 새로 도입됐다는 신용카드 결제기를 이용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도쿄 타워'가 보이는 일본의 수도 도쿄의 전경/조선일보DB

11월 6일 63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은 내년 오사카 엑스포를 앞두고 디지털화에 주력 중인 일본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다음 주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61~62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도쿄 면허시험장에 중국인 관광객 ‘오픈런’하는 이유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10/23/QEIQ2D5NCBF5RKQRZNUDVJ4R7A/

日 자영업자 울리는 ‘500원 동전’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10/30/TTKB4DTMYBBPTMILTC4RY52Q6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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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주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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