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APEC 정상회의에서 쥐스탱 트뤼도(왼쪽) 캐나다 총리의 악수 요청을 앉아서 받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위 사진) 아래는 이시바가 사흘 뒤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 일본 언론들은 “총리가 회의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총리실·로이터 뉴스1

일본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둘러싸고 ‘일본의 수치’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시바 총리가 다른 국가의 정상에게 잇따라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페루 리마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인사하러 다가왔을 때 이시바 총리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앉은 채로 악수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다가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요미우리신문은 “(외교 관례상) 원래 신임 총리(이시바)가 먼저 인사하고 다녔어야 할 장면인데 사무국에서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달 취임한 이시바 총리가 수년째 재임 중인 다른 ‘고참’ 정상들에게 먼저 인사하는 쪽이 외교적으로 모양새가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음 날 정상회의 마지막 순서로 단체 사진을 촬영할 때는 이시바 총리가 참가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9월 별세한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묘소에 당초 일정을 바꿔 다녀오다가 교통 체증으로 시간을 맞추지 못한 것이다.

이시바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할 때 유독 깍듯한 모습을 보이자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15일 중·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총리는 시 주석이 내민 오른손을 두 손으로 맞잡았다. 외교 의례상 두 나라 정상은 대등함을 표현하기 위해 서로 오른손만 내밀어 악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일본 총리실은 “(앉아서 악수를 받은 건) 정상회의가 시작되기 전이기 때문에 외교 의례상 문제는 없다”며 “회의 시작 벨이 울리기 직전에 각국 정상들이 서둘러 인사를 오는 경우는 흔하다”고 해명했다.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은 “(단체사진 불참이) 각국 정상과의 관계 구축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