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주최한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한 한국 정부는 25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인근에 있는 ‘제4상애료’ 터에서 일제강점기 강제 노역한 조선인 노동자를 추모하는 ‘사도광산 강제 동원 한국인 희생자 추도식’을 열었다. 제4상애료는 당시 조선인 노동자가 살던 기숙사를 뜻한다.
박철희 주일 한국 대사와 한국 유족 아홉 명 등 약 서른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사 낭독과 묵념, 헌화 등이 진행됐다. 박 대사는 “80여 년 전 강제로 동원돼 가혹한 노동에 지쳐 스러져 간 한국인 노동자 분들의 영령에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며 “아픈 역사가 계속 기억될 수 있도록 한일 양국이 진심을 다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일본은 지난 7월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매년 추도식 개최를 약속했고, 이에 따라 24일 첫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일본이 2022년 8월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戰犯)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 알려진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을 보내 논란이 일었고, 이에 한국 측은 불참하고 별도 추도식을 연 것이다.
이쿠이나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당시 일본 교도통신의 보도로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25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일본 측 사도광산 추도식에 한국이 불참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면서, “이쿠이나 정무관이 참의원 의원 취임한 이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사실이 없다고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 교도통신도 이날 오후 늦게 이쿠이나 정무관 관련 과거 자사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며 “깊이 사과”한다고 했다. 교도통신은 “당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복수의 자민당 의원들이 ‘당시 이쿠이나 의원은 없었다’고 말했다”며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기사화했다”고 했다. 교도통신은 다만 이쿠이나 정무관의 2022년 이전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은 일본의 추도사 등이 합의 수준에 미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본 측이 추도사에 노역의 강제성이나 유감·사과 표현을 넣지 않는 등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와 상관없이 불참 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별도 추도식은 과거사에 대해 일본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