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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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영방송 NHK의 부조리를 고발하면서 정계에 데뷔, 현재 비공인 정치단체 대표로 활동 중인 다치바나 다카시(57)가 최근 일본 각지의 지역 정치판을 돌아다니며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비판에 휩싸였습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다치바나는 “이달 15일 치러지는 오사카 이즈미오쓰시(市) 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즈미오쓰시는 그의 출생지로 겉보기엔 그럴듯한 출마로 보이지만, 현지 네티즌들은 최근 그의 잦은 지방선거 출마 이력을 거론하며 “선거 제도 허점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모독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앞서 다치바나는 지난달 17일 치러진 효고현 지사 선거에도 출마했습니다. 그는 효고현에 아무런 연고가 없지만, 일본 공직선거법상 지방 도시 수장 선거엔 해당 지역에 거주 경험이 없더라도 출마할 수 있습니다.
이번 효고현 지사 선거는 직전 지사였던 사이토 모토히코(47)가 직원들에게 갑질을 퍼부었다는 내부 고발을 당한 뒤 현 의회의 불신임 의결로 지사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졌습니다. 이에 다치바나는 난데없이 “사이토를 수호하겠다”며 입후보하고 나섰는데요. 그는 사이토의 갑질 논란이 사실이 아니라며 사이토를 비판하는 지역 정치인들을 힐난했고 선거 운동에서도 노골적으로 “내가 아닌 사이토를 뽑아달라”고 유세했습니다. 사이토의 갑질 논란을 조사하는 지역 의회 특별조사위 위원장 집앞까지 찾아가 확성기를 들고 위압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사이토는 실제 선거에서 승리해 지사직에 복귀했습니다. 지역 사회에선 사이토가 자신의 갑질 논란을 뭉개려 다카하시라는 ‘싸움닭’을 고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이토는 “다치바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그의 선거 운동에 관여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다치바나는 한 술 더 떠 지난달, 내년 1월 18일 치러지는 효고현 미나미아와지시 시장 선거에 입후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출마 이유는 똑같이 ‘사이토를 지키겠다’는 것. 앞서 효고현 내 28시(市) 중 22곳의 시장이 현 지사 선거를 앞두고 사이토를 불지지한다는 이례적인 공동 성명을 냈는데, 이런 연합에 직접 대항하겠단 얘기였습니다.
여기에다 투표일이 불과 2주쯤밖에 안 남은 오사카 이즈미오쓰시 시장 선거에까지 나선다고 밝힌 것입니다. 현지 사회에선 다치바나가 앞뒤 없이 연달아 지방 선거에 출마하고 있다며, “그의 정치 활동을 멈추게 해야 한다”는 등 온갖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치바나가 이렇게 지역 정치판을 싸돌아다니며 훼방을 놓는 건 오로지 ‘화제성’을 챙기기 위함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앞서 다치바나는 지난 7월 치러진 일본 수도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동네마다 설치되는 입후보자 포스터 게시판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놨던 장본인입니다.
당시 다치바나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정치단체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에서 24명의 후보를 출마시키고, 입후보자 포스터 게시판을 일반인이 꾸밀 수 있게 한 곳당 2만5000엔(약 23만원)을 받고 팔았습니다. 선관위 규정에 따라 포스터 게시판에 꼭 입후보자와 관련된 내용을 걸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허점을 악용해 뒷주머니 장사를 했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당시 선거 게시판엔 난데없는 강아지 사진이나 풍속점 광고가 걸리는 등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후 일부 지역에선 포스터 게시판 관련 규정을 개정하자는 움직임도 나왔습니다.
현재 다치바나는 자신이 집앞까지 찾아갔던 효고현 의회 특별조사위 위원장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한 상태입니다. 사이토 지사의 과거 갑질 행적을 조사하는 지역 의회를 소셜미디어 등에서 ‘거짓말쟁이’라고 비방했다는 것입니다. 앞서 다치바나는 2022년에도 NHK와 수신 계약을 맺은 고객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 있습니다.
지난 6월엔 다치바나가 자신의 정치단체를 ‘반(反)사회적 컬트 집단’이라고 비판한 인플루언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도쿄지방법원은 지난달 27일 “논평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며 이를 기각했죠. 도쿄지법은 나아가 “(다치바나는) 불법 행위를 반복할 뿐 아니라 자신을 비판하는 제삼자를 향해 지지자들에게 테러를 가하라고 말하는 등 문제 소지가 있는 발언을 수차례 해왔다”며 그를 비판한 인플루언서 활동에는 ‘공익을 도모하는 목적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당장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다치바나의 정치 활동을 제어할 장치가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본 공직선거법은 금고 이상 형에 처했더라도 집행이 마치면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규정법 등 위반으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 이상 다치바나의 난동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다음 주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65~66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허벅지, 심장도 뚫는다… 발정기 사슴뿔 주의보 ☞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11/20/I63F6VMMJJFEFBF56RYGDPV5TU/
“농구협회, 선수 아닌 돈만 생각” 일본판 안세영의 작심발언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11/27/YE33U7S4UZHU7BFOTEY3NFFL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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