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배우자 아베 아키에 여사를 자신의 저택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로 초대해 만났다. 둘의 만찬에 동석한 트럼프의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이날 찍은 단체 사진을 올리며 “마러라고에서 아키에 여사를 모시게 돼 영광이었다. 우린 고인이 된 그의 남편 아베 전 총리를 그리워하고 있다. 우린 오늘 함께 그의 훌륭한 공적을 기렸다”고 적었다.
이날 트럼프와 아키에 여사의 회동은 일본 정부를 거치지 않고 주선됐다고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미 CNN을 인용해 “트럼프는 2022년 7월 아베가 피격 사망한 이후에도 아키에 여사에게 전화해 근황을 묻곤 했다. 이번 만남도 정부를 통해서가 아닌 사적인 관계로 성사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와 멜라니아, 아키에 여사 세 명이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아베 전 총리는 재임 시절인 2016년 11월 미 대선이 끝난 지 불과 9일 만에 미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로 날아가 당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만났다. 이듬해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두 정상은 전화 회담을 포함해 총 50여 차례 회담하며 밀월(蜜月) 관계를 구축했다. 트럼프도 평소 “아베와의 우정은 특별하다” “그는 매우 공격적이고 강인한 총리”라며 아베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아베가 2022년 7월 일본 나라현에서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를 하던 도중 피습당해 숨진 이후에도 트럼프는 “신조는 내 친구이자 훌륭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가 그립다”고 했다. 이날 트럼프가 아키에 여사를 초대한 것도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앞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지난달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와의 회담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트럼프는 ‘취임 전 외국 정상과 만날 수 없다’는 취지로 이시바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과 연달아 만나면서 “이시바 정권이 내년 취임하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 구상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일본 매체 사이에서 나왔다.
요미우리는 “이시바 총리는 (내년 1월 취임 전) 트럼프와의 조기 회담을 바라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불명확하다”고 전했다. 산케이는 “트럼프는 내년 봄쯤 총리직에서 내려올지 모르는 이시바를 만날 가치가 없다고 봤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낮은 지지율로 고전 중인 이시바 정권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도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면 총리가 교체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빠진 상태다.
이에 이시바 총리가 과거 정적(政敵)이었던 아베와의 관계를 무릅쓰고 아키에 여사와 접촉, 트럼프와의 회담 성사를 위해 도움을 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당신이 궁금해할 일본 이야기, 방구석 도쿄통신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