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홋가이도 치토세에서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이 EUV 장비의 반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치토세(홋가이도)=성호철 특파원

일본 신흥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가 내년 4월 2나노미터(nm·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의 최첨단 반도체 시험 생산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라피더스는 18일 일본에서 처음으로 극미세 공정 필수 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반입했다고 발표했다. 8조원 넘는 일본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배경으로 라피더스가 주도하는 ‘히노마루(일장기) 반도체 부활’ 시나리오가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8일 라피더스의 고이케 아쓰요시 사장(CEO)은 일본 홋카이도 지토세시(市)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라인 건설은 순조롭게 88% 정도 진척된 수준”이라며 “내년 4월 1일 2나노 반도체의 시제품 생산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라피더스 관계자는 “시험 가동 후, 몇 달간 수율(收率·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대량생산 라인 건설에 착수해 2027년 2nm의 파운드리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세계 1·2위인 TSMC(대만)와 삼성전자는 내년 2nm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의 짐 쿤멘(Jim Koonmen) 부사장은 “현재 개발 완료한 EUV에서 가장 진척된 기술인 EUV 3800E를 일본에 반입했고 라피더스에 설치하고 있다”고 했다.

라피더스는 2nm에서 삼성전자가 3nm에서 적용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활용한다. 전류가 새는 것을 최소화하는 GAA는 삼성전자가 ‘TSMC에 도전할 최고 무기’로 꼽는 기술이다. 라피더스는 미국 IBM과 함께 연구실에서 ‘GAA 기술을 활용한, 2nm 공정의 300mm 웨이퍼’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대량생산에 필요한 설비투자 5조엔(약 46조8000억원)은 일본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9200억엔(약 8조6000억원)을 라피더스에 보조금으로 지급했으며, 최근엔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2030년까지 10조엔을 투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경제산업성의 오쿠야 도시카즈 심의관은 “라피더스는 일본 미래 산업을 좌우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