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마나시현 당국이 최근 '자살 명소'란 오명이 있는 '아오키가하라 숲’에 투입한 순찰용 드론. 약 100m 상공을 비행하며 자살 시도자가 없는지 감시한다. /TV아사히

산악 지형이 많은 일본 야마나시현은 유명 관광지지만 자살률이 높다는 오명도 갖고 있다. 지난해 일본 47도도부현(광역단체) 중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이 1위(26.8명)였다. 경찰의 추적과 수색이 쉽지 않은 우거진 숲속에서 생을 마감하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10명 중 3명은 타 지역 출신인 것으로 조사될 정도다.

그런 야마나시현이 특단의 조치를 꺼내 들었다. 경찰 순찰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삼림 지대를 샅샅이 감시하기 위해 드론(무인기) 순찰을 개시한 것이다. NHK·산케이신문 등은 최근 “‘자살 고위험지’라는 만성적 과제에 직면한 야마나시현이 전국 최초로 드론을 활용한 순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야마나시현 당국은 지난 9월 드론 제조 업체 ‘제이드론(JDRONE)’과 협업해 개발한 순찰용 드론으로 ‘아오키가하라 숲’에서 매일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면적이 30㎢로 서울 은평구와 비슷한 아오키가하라 숲은 ‘나무의 바다’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빽빽해 경찰 순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기지 않고 있다.

이곳에 투입된 순찰용 드론은 실시간 열 감지 기능과 스피커를 탑재해서 100m 상공을 비행한다. 그러다 숲 속에서 사람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포착되면 다른 드론이 출동해 저공으로 비행하며 “길을 잃었느냐” “상황이 어려우면 손짓 등 신호를 부탁한다”는 음성을 보낸다. 이 같은 정보는 지상에 대기 중이던 순찰대로도 전달돼 즉시 출동할 수 있게끔 한다. 순찰대가 현장에 접근하기 전까지 상주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도록 ‘원격 상담’도 진행하도록 했다.

지켄 게이코 야마나시현 건강증진과 과장은 NHK에 “경찰관 등 사람이 발들이기 어려운 장소에도 드나들 수 있어 (드론 순찰의) 장점이 크다”고 했다. 현지 매체들은 “지난 9월 도입 이후 벌써 여러 건의 극단적 선택 시도를 막았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드론 운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후쿠이현의 관광지이자 해안 절벽인 ‘도진보(東尋坊)’에서도 드론을 활용한 자살 방지 순찰이 이뤄지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드론은 흉악 범죄 방지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바현의 기초단체인 도노쇼마치(東庄町)에서는 이달 중순부터 초·중·고 하교 시간에 맞춰 순찰용 드론을 띄우기 시작했다. 최근 기타규슈시의 패스트푸드점에서 40대 남성의 칼부림으로 여중생이 목숨을 잃고 남중생이 다친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대응 조치다. 에노모토 고타로 일본 국제드론협회 대표는 “하늘에서 드론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흉악 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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