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민간방송사인 후지TV에서 성상납 의혹이 불거졌다. 후지TV의 한 여자 아나운서가 주간지 ‘슈칸 분슌’에 “나도 편성부장 A씨를 통해 (다른 남성 연예인에게) 성상납 당할 뻔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앞서 슈칸분슌은 후지TV의 한 여성 스텝이 일본 국민아이돌 스마프의 전 멤버 나카이 마사히로에게 성상납당했다고 보도했다. 후지TV에서 유력한 연예인에게 여성 직원을 관행적으로 성상납해왔다는 폭로인 것이다. 전례없는 폭로 사태와 사내 성상납 스캔들에 후지TV의 모회사인 후지미디어홀딩스(FMH)의 2대 주주인 미국 펀드가 이사회 측에 ‘제3자 위원회를 통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슈칸분슌은 16일 발매한 23일자 주간지에서 후지TV의 여성 아나운서가 ‘미즈타니 아이코’라는 가명으로 사내 성상납 정황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스마프는 해산했지만, 나카이는 주요 방송국에서 5~6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연예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TV의 A씨는 나카이와 친분을 바탕으로, “후지TV 연예프로그램에선 절대적 권력자로 여겨지는 인물(슈칸분슌)”이다.
이에 따르면 미즈타니 씨는 2021년 12월 편성부장 A씨의 측근에게서 “나카이와 A씨가 저녁 회식한다”는 라인(우리나라의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이후 장소 공지를 안하다가 약속 당일에야 롯본기의 그랜드하얏트도쿄라는 연락을 받았다. 호텔의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장을 가니 스위트룸을 잡아놨다. 호텔룸에는 스마프의 나카이와 다른 남성 연예인이 왔고, A씨와 다른 스텝들, 그리고 본인과 다른 여성 아나운서 D씨가 있었다.
하지만 한명씩 자리를 비웠고, 결국 현장엔 나카이와 남성연예인, 본인, 다른 여성아나운서 4명만 남았다. 미즈타니(가명)는 “처음부터 2대 2로 맞춰놨다고 느꼈고 너무 무서웠다”며 “반대편 소파에는 나카이가 완전히 D씨에 밀착해있었고, 남성연예인은 내 허벅지를 만졌다”고 했다. 이후 미즈타니는 화장실를 핑계로 자리를 피했다가 돌아오니, 남성연예인이 전라의 상태로 침실에서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미즈타니는 “이걸 거절하면 앞으로 일이 나한테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패닉이었지만, 나는 이런건 못하겠다고 반쯤 울면서 침실을 나왔다”고 했다.
미즈타니는 후지TV의 편성부장 A씨에 대해 “여성아나운서를 접대 도구로 사용하고, (남성 연예인과) 둘만 있도록 만드는 상황을 만들고, 정말 비겁한 인물”이라고 했다.
이번 폭로로 후지TV 내부는 ‘성상납’ 파문에 휩싸였다. 미즈타니는 성상납을 피한 사례지만, 앞서 유사한 폭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슈칸분슌은 작년말 ‘후지TV의 X씨가 편성부장 A씨(이번 폭로와 동일인물)가 주선한 자리에 갔다가 스마프의 나카이와 원치않는 성행위를 가졌고 이를 후지TV 측에 항의했고 해결금으로 9000만엔(약 8억4000만원)을 나카이에게서 받았다’고 보도했다.
스마프의 나카이 씨는 최근 보도와 관련, “트러블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X씨는 슌칸분슌에 “편성부장 A씨가 회식이라고 해서 롯본기의 그랜드하얏트도쿄에 갔더니 나카이와 나 둘 밖에 없었고, 그날 원치않은 성행위를 가졌다”고 폭로했다.
후지TV는 “본사 직원이 당시 회식 자리에 관여한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낸 상황이다. 하지만 폭로가 이어지면서 후지TV도 추가로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TV에 광고를 실는 기업들도 후지TV 측에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행적인 성상납이 있는 방송국이라면 광고를 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후지TV의 모회사 후지미디어홀딩스(FMH)의 약 7% 주식을 보유한 제2대 주주 미국 투자 펀드 ‘달턴 인베스트먼츠’는 14일 이사회에 “이번 사건은 기업 경영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걸 드러냈다”며 “제3자 위원회를 통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서한을 발송했다.
NHK는 “후지TV의 미나토 고이치 사장이 17일 이번 스캔들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