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과학자를 암살하거나 기밀 시설을 침투하는 공작을 벌여왔다. 중동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은 가장 적대적인 관계다. 중동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해 대칭적인 전력을 갖게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왔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 20여명은 2018년 1월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비밀 창고에서 문서 5만쪽, 동영상과 작업 지시서가 담긴 CD 163개 등 500㎏에 달하는 극비 자료를 빼냈다. 영화를 방불케 하는 대담한 작전이었다. 이란혁명수비대가 과거 핵무기 개발 자료를 이 창고에 은밀하게 옮겨놓은 것을 파악하고, 2년간 정보를 탐문한 뒤 일시에 덮쳤다. 당시 모사드는 창고의 경보 장치를 ‘정상’인 것처럼 조작하고 화염 토치로 철문을 절개해 내부에 진입한 다음 32개에 달하는 금고에서 자료를 빼냈다.
그로부터 석 달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테헤란 비밀 창고에서 꺼내온 자료를 공개했다. 당시 발표 현장에서 네타냐후는 지난 27일 사살된 모센 파크리자데의 사진을 꺼내 들고 “이 사람이 지금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비밀 조직 책임자”라며 “파크리자데라는 이름을 기억하라”고 했다.
모사드는 이스라엘에 협력하는 이란인 요원을 대거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을 활용해 이란 내에서 직접 공작을 펼치며 이란 핵 과학자들을 제거해왔다. 2010년 1월 테헤란대 교수인 핵 물리학자 마수드 알리 모하마디가 출근길 폭탄 공격으로 사망했고, 그해 11월 이란원자력기구의 핵심 멤버였던 마지드 샤흐리아리도 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2011년에는 핵 과학자 다르이시 레제에이가 오토바이에 탄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고, 2012년에도 핵 과학자 무스타파 아흐마디 로산이 차량에 부착된 폭탄이 터져 숨졌다.
이 같은 핵 과학자 암살이 벌어질 때마다 매번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간주됐지만 이스라엘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스라엘이 모사드나 군 정보기관인 504부대를 통해 이란의 핵 과학자 또는 정보요원을 제거한 사례는 모두 50~60건에 달한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전면전은 없었지만 국지적인 무력 충돌도 자주 벌어졌다. 가깝게는 지난 20일에도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시리아 내에 있는 이란 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의 무기고를 공습했다. 전날 이란이 시리아 내 이스라엘 점령 지대에 로켓포 공격을 가한 데 따른 반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