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와 재무부가 22일(현지 시각)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부인 아스마 알 아사드(45)와 직계 가족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2016년 성탄절 행사에 참석한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아스마 알 아사드. /AFP 연합뉴스

VOA에 따르면 이번에 발표된 제재 명단에는 아스마 아사드와 그의 측근 리나 키나예 부부, 시리아 국회의원 및 아사드 정권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기업인 및 시리아 중앙은행이 포함됐다.

미 국무부는 “이번 제재는 유엔 안보리가 시리아 내전을 끝내기 위해 정치적 해법을 마련한지 5주년이 되는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아스마 아사드는 독재정권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진두지휘했다”며 “아스마와 그 가족들은 시리아 국민들의 희생 속에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아스마 아사드는 런던 출신의 미모의 엘리트 여성에서 시리아를 도탄에 빠뜨린 독재자의 부인으로 변신한 극적인 행적 때문에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으며 ‘지옥의 퍼스트레이디’라는 별명이 붙은 인물이다.

아스마는 영국 런던의 시리아계 이민자 집안에서 산부인과 의사 아버지와 외교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명문 킹스칼리지를 졸업한 뒤 JP모건 투자분석가로 일했다. 2000년 알 아사드 대통령과 결혼한 그는 지적이고 우아한 이미지에 여성·약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아파트에 살며 직접 자녀를 등교시키는 모습을 보여 ‘시리아의 다이애나’란 별명까지 얻었다.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영국 찰스 왕세자의 전 부인인 다이애나를 딴 것이다.

2016년 4월 시리아 총선에서 투표하고 있는 아스마 알 아사드(왼쪽)와 남편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남편의 폭정에 대한 봉기가 2011년 내전으로 번지자 서구 교육을 받은 아스마가 남편을 설득하는 등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아스마는 남편의 폭정과 무자비한 반군 진압을 적극 옹호했다. 내전 발발 직전 아스마를 인터뷰해 그를 ‘사막의 장미’라고 칭송했던 여성 패션지 보그는 이후 격렬한 항의를 받고 기사를 통째 삭제해야 했다. 이후 아스마가 내전 중에도 고가의 명품을 계속 구입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이후 그에게는 프랑스혁명의 여파로 루이 16세와 함께 단두대에 오른 프랑스 왕비의 이름을 본따 ‘시리아의 마리 앙투앙네트’ ‘지옥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리게 됐다.

아스마가 링거로 수액을 맞으면서 남편 바샤르 알 아사드와 다정하게 앉아있는 사진

2018년 8월에는 시리아 대통령실이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스마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중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아스마가 링거로 수액을 맞으면서 남편 바샤르 알 아사드와 다정하게 앉아있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권에 대한 악랄한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내전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한 일종의 대내외 선전전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