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는 페르시아만에 배치한 니미츠 항모(航母)에 내렸던 철수 명령을 3일 밤(미 동부시간) 번복했다. 지난 1일 크리스토퍼 C 밀러 국방장관 대행은 미 군부 최고 지휘관들의 반대에도, 이란 정부에 군사적 ‘긴장 완화'의 신호를 보내는 차원에서 니미츠호의 워싱턴주 브레머튼 귀항을 명령했었다. 밀러 장관 대행은 명령을 번복하면서, “계속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관리들에 대한 최근의 위협 때문”이라는 성명을 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밀러 대행이 애초 철수 명령을 내릴 때에도,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중동-중앙아시아 지역을 담당한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 프랭크 매켄지 등은 니미츠 항모가 계속 페르시아만 해역에 있어야 한다며 반대했다고 전했다.

니미츠의 해역 배치 결정과 함께, 미 중부사령부는 4일 B-52 폭격기 2대를 중동에 띄워 “미국인들과 미국 시설물에 대한 공격을 계획한 자들”에 대한 무력 시위를 했다. 또 강습상륙함 마킨 아일랜드함과 F-35 전투기 편대도 이 지역에 보냈다.

최근 이란 사법부의 수장인 에브라힘 라이시는 작년 1월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이슬람공화국수비대의 최정예 부대인 쿠즈(Quds)군 사령관인 카심 술래이마니가 살해된 지 1주년을 맞아 “살해에 가담한 모든 세력은 미국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이란의 법과 정의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 정보기관들은 최근 수일 이란의 방공망(防空網)과 해군력, 보안시설들이 높은 경계태세에 돌입하고, 이란이 미군 시설이 있는 이라크 안으로 단거리 미사일과 드론을 계속 이동시킨 것을 확인했다. 또 미 대선 이후인 작년 11월 중순에만 해도 이란의 증가된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으로 핵합의 이전에 비해 12배나 더 많은 양의 우라늄을 비축한 사실이 드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나탄즈의 이런 우라늄 비축시설을 선제공격하는 방안을 백악관과 군 참모들에게 제안하기도 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애초 밀러 대행이 철수 명령을 내린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번복 이유가 뭐든, 트럼프 행정부 말기에 미 국방부와 백악관의 미숙한 지도력과 조율·의사소통 부족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관리들은 NYT에 “5일의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와 6일 상하원 합동회의의 선거인단 개표 절차를 앞두고 항모를 철수하는 것은 백악관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