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이끄는 좌파 포퓰리즘 여당 소속 인사들이 5일(현지시각) 카라카스의 국회 출범식에 독립운동가 시몬 볼리바르(외쪽)와 2013년 사망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들고 입성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야당의 보이콧 속에 강행한 총선에서 압승, 야당의 손에서 국회마저 빼앗아왔다.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낙인찍은 남미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 포퓰리즘 정권이 의회까지 장악해 집권 기반을 확실하게 굳혔다. 지난 2년간 ‘한 국가 두 대통령’ 사태를 겪어온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58)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사회당이 장악한 새 국회가 5일(현지시각) 단독 개원했다.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 등에 따르면 이날 국회 출범식에 여당 의원들은 독립운동가 시몬 볼리바르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의사당에 입성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도 국회의원이 됐고, 그의 전 비서실장이 국회의장을 맡을 예정이다.

통합사회당은 지난달 6일 실시된 총선에서 67%를 득표해 압승했다. 국민 다수와 야당이 보이콧한 가운데 기습적으로 치러진 선거였다. 야권을 이끄는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37) 국회의장 등 야당 인사들은 하나도 출마하지 않았고, 투표율은 31%에 그쳤다. 마두로가 선거관리위원회를 친여 인사로 채우고 야당 인사들을 체포하면서 국민들에게 “여당을 안 찍으면 식량 배급을 끊겠다”고 협박, 처음부터 불법 선거나 다름없었다.

차베스의 뒤를 이어 2013년부터 집권한 마두로 대통령은 그간 정부와 군, 사법기관을 모두 장악했으나 권력기관 중 유일하게 국회만 야당 손에 남겨놨었는데, 이번에 독재 완성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셈이다.

지난 2년간 '1국가 2대통령 사태'를 겪어온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좌)과 임시 대통령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미국 등 국제사회는 과이도를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해왔지만, 이번에 마두로가 야당 손에 있던 국회까지 장악하면서 과이도는 실각 위기에 놓였다.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야당은 총선 결과는 물론 여당의 단독 개원도 인정하지 않고 기존 국회 임기를 연장한다며 자체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친마두로 성향의 대법원은 이를 무효화했다. 미 재무부는 4일 베네수엘라 제재를 갱신하고, 과이도가 이끄는 기존 국회의 지위를 계속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계속된 미국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마두로가 집권 기반을 강화하면서 과이도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게 됐다. 과이도의 국회의장직 유지도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의원 면책특권이 없어져 마두로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그간 미 트럼프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두 대통령 사태’에 실질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사이, 러시아와 이란, 쿠바, 중국 등 반미 사회주의 정권들은 마두로 정권 보호를 위해 군사·경제 지원을 쏟아부어 연명시키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