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낙인찍은 남미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 포퓰리즘 정권이 의회까지 장악해 집권 기반을 확실하게 굳혔다. 지난 2년간 ‘한 국가 두 대통령’ 사태를 겪어온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58)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사회당이 장악한 새 국회가 5일(현지시각) 단독 개원했다.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 등에 따르면 이날 국회 출범식에 여당 의원들은 독립운동가 시몬 볼리바르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의사당에 입성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도 국회의원이 됐고, 그의 전 비서실장이 국회의장을 맡을 예정이다.
통합사회당은 지난달 6일 실시된 총선에서 67%를 득표해 압승했다. 국민 다수와 야당이 보이콧한 가운데 기습적으로 치러진 선거였다. 야권을 이끄는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37) 국회의장 등 야당 인사들은 하나도 출마하지 않았고, 투표율은 31%에 그쳤다. 마두로가 선거관리위원회를 친여 인사로 채우고 야당 인사들을 체포하면서 국민들에게 “여당을 안 찍으면 식량 배급을 끊겠다”고 협박, 처음부터 불법 선거나 다름없었다.
차베스의 뒤를 이어 2013년부터 집권한 마두로 대통령은 그간 정부와 군, 사법기관을 모두 장악했으나 권력기관 중 유일하게 국회만 야당 손에 남겨놨었는데, 이번에 독재 완성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셈이다.
야당은 총선 결과는 물론 여당의 단독 개원도 인정하지 않고 기존 국회 임기를 연장한다며 자체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친마두로 성향의 대법원은 이를 무효화했다. 미 재무부는 4일 베네수엘라 제재를 갱신하고, 과이도가 이끄는 기존 국회의 지위를 계속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계속된 미국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마두로가 집권 기반을 강화하면서 과이도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게 됐다. 과이도의 국회의장직 유지도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의원 면책특권이 없어져 마두로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그간 미 트럼프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두 대통령 사태’에 실질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사이, 러시아와 이란, 쿠바, 중국 등 반미 사회주의 정권들은 마두로 정권 보호를 위해 군사·경제 지원을 쏟아부어 연명시키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