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새 네 번째 치른 지난 23일의 이스라엘 총선에서 겨우 4석을 얻은 이슬람주의 아랍계 정당인 ‘라암(Ra’am·연합아랍리스트)’이 이스라엘 차기 정부의 ‘킹 메이커’로 부각되고 있다고, 예루살렘포스트와 하아레츠 등 이스라엘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이번 총선은 군소 정당이 난립하는 이스라엘 정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보수파 리쿠드당을 주축으로 한 연합 정당들과 그의 12년 집권을 종식하려는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 당을 비롯한 반(反)네타냐후 연합 전선의 대결이었다. 25일 오후3시(한국시간) 현재 일간지 하아레츠의 최신 집계에 따르면, 91.6% 집계가 완료된 가운데 리쿠드당(30석)을 비롯한 네타냐후 연합 측은 59석, 예시 아티드(17석)가 이끄는 반대세력은 56석을 얻는데 그쳤다. 어느 쪽도 모두 120석인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의 과반수(61석)을 확보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그 동안 이스라엘 정치에서 한번도 내각에 참여한 적도 없고, 주요 정당들의 외면을 받아온 이슬람주의자 정당인 ‘라암’이 최소 4석을 확보해 라암을 이끄는 만수르 압바스가 이스라엘 정치의 ‘킹 메이커’로 떠올랐다.
압바스가 어느 쪽의 손을 쥐느냐에 따라, 네타냐후의 ‘구세주’가 될 수도 있고, 그를 축출할 수도 있는 입장이 된 것이다. 독립적인 아랍계 정당이 이렇게 중요성을 띠기는 이스라엘 정치에서 처음이다. 게다가 ‘라암’은 이스라엘의 가자(Gaza) 지구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일삼는 하마스 무장정파와 같은 뿌리에서 나온 이슬람주의자 정당이다. ‘라암’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졸지에 소수계(이스라엘 인구의 20%)가 된 아랍계 이스라엘인을 대변한다.
라암의 지도자인 압바스는 총선 전에는 반(反)네타냐후 세력을 돕겠다고 했었지만, 현재 자기 패를 철저히 감추고 “모든 옵션을 열어놓고, 모든 정파와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 당은 좌파든 우파든 누구의 손에도 있지 않다. 누구도 (협상에서) 배제하지 않지만, 우리를 배제하는 측은 우리도 배제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압바스가 누구와 손을 잡을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반(反)네타냐후 진영을 택하면, 그 파(派)에 속한 ‘이스라엘 베이테이누(이스라엘은 우리의집)’ 당의 아비그도르 리베르만과 손을 잡아야 한다. 리베르만은 아랍계를 ‘반역자’로 부르며 이스라엘을 떠나라고 했던 인물이다.
그런가 하면, 네타냐후는 2018년 7월 이스라엘은 “유대인들의 민족 국가이고, 오직 유대인만이 이스라엘의 국가 정체성을 결정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아랍어의 위치를 격하시켰다. 네타냐후 진영에도 아랍계 인구를 이스라엘 영토에서 쫓아내려는 ‘토라 유대주의당(UJT)’과 초 정통파 유대교 계열인 ‘샤스’, ‘독실한 시오니시트당’ 등이 포진하고 있다.
압바스는 이스라엘 언론에 “아랍인들은 지금까지 방관자였지만, 이제 이스라엘 정치에서 진짜 역할을 하길 원한다”며 “차기 정부가 이스라엘 내 아랍인 사회의 주택난·경제위기·범죄·폭력과 같은 만성적인 문제와 요구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