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폭사한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에 대한 미국 측의 계획이 알려졌다. 8일 야후 뉴스에 따르면, 당시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은 미 최상급 특수부대인 델타포스를 비롯해 CIA와 국방부 등이 모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후뉴스는 15명의 전현직 미국 관리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의 전말을 밝혔다.
야후 뉴스에 따르면, 작전 당일인 지난해 1월 3일 솔레이마니는 시리아에서 군용기를 타고 이라크 바그다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착륙한 군용기가 활주로에서 이동하는 동안 미국 측과 연계된 쿠르드군 요원이 인도했다. 쿠르드군 요원들은 또 솔레이마니의 신원을 근접해서 확인하기 위해 수하물 처리 담당자로 위장하기도 했다.
솔레이마니는 다마스커스에서 비행기에 오르기 전 휴대전화를 세 차례 교체했다. 미국 등 적국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앙숙인 이스라엘의 정보 당국이 해당 번호 전체를 확인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미군은 솔레이마니가 바그다드에 도착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공격은 두 가지로 전개됐다. 솔레이마니를 직접적으로 타격한 드론팀과 인간 저격수로 구성된 델타포스 특수부대 ‘오렌지팀’ 3조가 있었다. 미군 드론 세 대는 솔레이마니 일행이 차량 두 대로 나눠타고 이동할 때부터 상공을 배회했다. 목표 지점은 공항 인근에 있는 도로였다.
솔레이마니가 ‘킬 존(kill zone)’으로 설정한 구역에 도착하자 미군 드론은 헬파이어 미사일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다른 차량 한 대는 전속력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이에 대기하고 있던 저격수가 차량에 총격을 가해 멈추게 했고, 이후 추가 드론공격으로 폭발했다.
이번 사건은 발생 후 1년이 넘게 지났지만, 그동안 양국 관계에서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꼽힌다. 한 전직 CIA 관리는 “지난 50년간 봐왔던 중동 관련 사건 중 가장 드라마틱했던 일”이라며 “그것은 게임체인저”라고 말했다.
하지만 작전은 트럼프가 취임한 직후인 2017년으로 돌아간다. 트럼프의 심복인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CIA 국장으로 부임한 이후다.
폼페이오는 CIA 부임 이후 사실상 이란의 ‘넘버 투’였던 솔레이마니를 제거할 방법에 골몰했다. 이후 국방부와 국가안보회의(NSC) 일각에서 반발이 있었다. 2018년 미국이 오바마 시절 이란 핵합의를 탈퇴하고 ‘최상의 압박’ 전략으로 회귀하면서도 솔레이마니 제거론이 거론됐다. 하지만 보복 우려 등을 감안해 실행되지는 않았다.
미국이 전격적으로 솔레이마니 제거에 돌입한 것은 미국인의 사망 사건이 크다. 2019년 12월 이라크 북부에서 미국인 사업가가 이란과 연계된 군벌 세력의 로켓 공격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를 트럼프 정부는 ‘레드 라인’으로 규정하고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 돌입했다.
지금도 당시 작전을 주도했던 폼페이오 등 일부 인사들은 특별 경호를 받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트럼프 정부 말기인 지난해 말 이들 인사에 대한 경호 비용으로 1500만 달러(약 168억원)가 투입됐다. 이에 대해 “외세나 연계된 요원들로부터 심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위협에 직면한 국무부 전직 관리들을 위한 경호 비용”이라고 법안은 명시했지만, 실제로는 폼페이오 전 장관과 브라이언 후크 국무부 이란문제 특별대표를 위한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